김수환추기경, 서울구치소서 사형수 포함 재소자 미사집전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08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26일 오전 경기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 7명을 포함한 200여명의 재소자가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는 사형제 폐지 운동을 펼치는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주선으로 이뤄졌다.

김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 죄인이고 스스로를 죄인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하느님이 사랑하시며, 여러분이 찾는 모든 것이 다 하느님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오전 10시반부터 1시간20분 동안 미사를 집전한 뒤 사형수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사형집행을 해서 범죄 억제 효과가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며 “생명존중이라는 가치관으로 볼 때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미국 테러사건 등 대형 사건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어도 곧 잊혀진다”며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한 해에 4000명이 죽는다고 해도 충격을 받지 않는 생명경시 풍조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주교로서 사형집행을 참관했던 경험을 얘기하면서 사형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원했다.

“당시 사형집행 과정에서 사형대가 부러져 사형수가 아래로 떨어졌어요. 사형대가 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사형수가 나에게 ‘잠시 후 하늘나라에 가서 주교님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하더군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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