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동북아지식인연대 공동대표 서울대 박세일교수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26분


세계화 흐름 속에 역설적이게도 유럽은 유럽연합(EU)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로 뭉쳐 지역블록을 강화해가는 추세다.

12일 남덕우(南悳祐) 전 국무총리, 고병익(高柄翊) 전 서울대 총장 등 각계인사 333명이 참여해 발기인대회를 마친 ‘한국 동북아 지식인 연대’는 이런 양면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며 발전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모임.

공동대표로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박세일(朴世一·53) 교수는 “같은 지역 내 국가들이 경제 정치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열린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민족국가와 지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주변 국가 중 어느 한 나라가 패권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불행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패권주의를 막는 동북아 공동체 차원의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동북아의 정치 군사적 안정은 필수적이지요.”

이 모임은 일단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되는 동북아를 논의하지만 앞으로 그 권역을 몽골 대만 러시아 등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구상이다.

동북아 차원의 미래 청사진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한국의 지식인들 사이에 있었지만 구체적인 추진 세력은 없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냉전시대의 산물로 지나치게 미국 중심의 외교를 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제국주의적인 선례가 있었던 점이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같은 현안이 존재하는 것도 동북아 공동체 구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낙관론을 폈다.

“유럽은 동북아보다 국가간 전쟁이 더 잦았고 언어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0여년간 공생을 위한 통합을 모색하며 반목을 극복해 왔고 유럽합중국의 출현도 멀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하면 동북아는 한자와 유교적 가치를 공유하는 등 동질성이 훨씬 강합니다. 일단 추진만 된다면 유럽보다 훨씬 빠르게 공동체실현이가능하다고봅니다.”

이 모임은 11월28, 29일 인천시의 후원을 받아 ‘동북아 공동체 구상-이상과 현실’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연다.정치학자인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하는 이 학술회의에서는 동북아의 정체성,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 마련 문제 등을 논의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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