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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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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의류디자이너에서 무역업으로 이직했을 때, 만17년간 독일에 살다 30대 중반에 ‘낯선 한국’에서 유통업에 뛰어들었을 때, 단지 생각하고 움직였다.
신세계 이미아 과장(39)은 홈패션·생활용품매장 ‘피숀’의 바이어. 피숀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생활용품에도 기능성보다 ‘멋’이 중요해지는 것에 대비한 라이프스타일 생활매장이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등의 제조업체에 4000여개의 상품을 발주하고 구매하는 ‘소싱’ 업무를 혼자 담당한다. 보통 백화점바이어의 역할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임대대리인. 상품기획 소싱 재고관리까지 하는 바이어는 이과장뿐이다.
“매일 오전 ‘단품관리시스템’으로 매출과 재고분석을 해요. 본점과 강남점을 비교해서 어떤 제품이 재고가 없는지 장식도자기는 왜 강남점 매출이 많은지 등을 살피죠.”
5년전 피숀매장을 열 때는 1개월에 쉬는 날이 하루였고 최근 강남점을 열 때는 3개월간 흰머리가 늘어 염색을 했다. 매장을 연 지 2년반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현재 영업이익률이 약 40%에 이른다. 보통 유명패션매장의 영업이익률도 25%를 넘지 못한다.
1년에 4차례 해외의 생활용품박람회장에 출장을 가 1번에 20여개 업체와 계약한다.
“유명브랜드를 OEM하는 하청업체를 찾는 것도 방법이죠. 품질은 확실하고 가격은 싸니까요. 한번은 프랑스의 도자기업체가 캘빈클라인과 단독계약이 돼 납품할 수 없다길래 만료될때까지 1년내내 요청해서 계약했어요.”
박람회장에서 이과장은 ‘신용여사’로 통한다. 외국업체들이 신용장없이 물건먼저 떼주기도 하고 외환위기때 납품가를 30% 깎아준곳도 있었다. 이과장은 ‘한국용’으로 사이즈 디자인 등을 별도 제작해달라고 한다.
“겨울용만 있던 거위털 이불을 업체에 요청해 여름용도 만들었죠. 거위털만으로 1개월에 3000만원이상 매출이 나기도 했어요.”
독일 포르트하임 조형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바즐러’사에서 의류디자이너로 일한 경력도 매장인테리어나 제품기획에 도움이 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읽고 고객은 아직 모르지만 잠재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안하는 ‘감’이 있으니까요.”
이과장은 곧 5년간의 노하우를 살려 ‘생활용품 기획과 소싱’에 대한 책쓰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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