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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8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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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골프 장비 가격이 장난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골프 장비의 가격은 천정부지입니다. 기존 모델의 가격이 경쟁 때문에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와중에, 업체들은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모델을 출시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기존 모델의 얼굴을 살짝 바꾼 부분 변화, 즉 facelift를 통해 가격을 올립니다만, 골프 장비들도 그러한 경우가 존재합니다.
요즘 새로 출시하는 모델들의 가격을 보면서 특히 거리를 10 야드 이상 ‘보장’한다며 한 달이 멀다 하고 시장에 쏟아지는 드라이버들을 보면 그 발상과 기술의 발전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같은 새로운 드라이버들 중 거리가 확실히 더 나가는 제품들도 존재합니다만, 아직도 저는 장비보다는 스윙을 통한 거리 증대를 믿는 편입니다. 따라서 저의 신조는 새로운 장비를 구매하기 보다는 그 돈으로 차라리 좋은 레슨을 받는 게 많은 경우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레슨 없는 샷 연습은 근육 운동에 불과하다”
레슨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만 레슨 받을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지요. 레슨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보다는 시간 문제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직장인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골퍼들이 정기적인 레슨을 받기 힘든 이유는 바로 시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레슨을 받을 결심을 하는 골퍼들에게 레슨의 효용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저 역시 레슨과는 한동안 담을 쌓고 살았으며, 일년에 서너 번 프로에게 원 포인트를 받는 것이 전부이므로 이 글을 쓰면서도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만, ‘적어도 이 정도의 생각은 하면서 레슨을 받아야 한다’라는 명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프로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결과를 토대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좋은 레슨을 받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가장 명심해야 할 화두는 바로 이것입니다.
“레슨은 프로에게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무슨 말이냐 하면 레슨을 받는 골퍼들의 대부분이 자신이 받는 레슨은 주로 ‘레슨 프로 주도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음의 과정을 거칩니다.
① 레슨 받을까 말까를 고민한다. -> ② 라운드에서 결정적으로 좌절감을 느낀다. -> ③ 큰 맘 먹고 연습장으로 가서 등록을 한다. -> ④ 몇 번 쳐 보는데 역시 안 된다. -> ⑤ 프로에게 레슨을 받기로 결심하고 등록을 한다. -> ⑥ 잘 맞으면 다행, 잘 안 맞으면 프로를 탓한다.
성공적인 레슨와 그렇지 못한 레슨의 차이는 바로 ⑤번과 ⑥번 사이의 과정에 있습니다. 레슨 자체를 ‘레슨 프로 주도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개 한두 번의 레슨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레슨 프로를 탓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패한 레슨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의 경우 골퍼의 몫이 큽니다. 레슨 프로와 제자와의 관계에 대해 말씀을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레슨 프로와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연습장에 가면 적지 않은 레슨 프로가 있습니다. 그들 중에서 자신과 궁합이 맞는 레슨 프로를 찾는 것이 효과적인 레슨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레슨 프로를 찾는 경로는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 다니는 연습장에 소속된 레슨 프로 중에서 눈인사를 하던 사람을 그냥 선정
- 왠지 그가 잘 가르치는 것 같아서
- 인상이 좋아서..
- 어차피 자주 인사했으니 다른 프로에게 레슨 받으면 좀 미안해서
-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추천하기에
- 이름이 있는 프로이기에 선정
- 인근 지역에서 잘 가르친다고 소문 나서
- 주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해서
- 경력이 화려해 보이거나, PGA 또는 LPGA의 투어 프로여서
- 내가 다니는 연습장에 프로가 한 명 밖에 없어서
- 전혀 모르는 연습장 소속 프로인데 친구가 추천해서
대개 이 정도의 경로를 통해 레슨 프로를 선정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합니다. 위의 경로로 레슨 프로를 선정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쉽고 생각이 없는 선정 경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음의 과정을 거치도록 해 보십시오
① 연습장에 간다. -> ② 소속 레슨 프로들의 프로필을 본다. -> ③ 한시간 또는 30분 정도를 원포인트 레슨을 받는다. -> ④ 몇 차례에 걸쳐 소속 프로들 전부로부터 원포인트를 받아 본다.
처음에 프로를 선정하기 전에 여러 명으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아 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물건을 고를 때에도 요모조모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trial을 해 보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 상식입니다. 소속 프로들에게 원포인트를 받아 보면 레슨 프로의 가르치는 스타일을 어느 정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레슨 프로들의 가르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배우는 골퍼들의 스타일입니다. 레슨 프로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가르치는 노하우가 있으며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는 사람의 구미에 맞게 바꿔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사실 매우 무리입니다. 가르치는 방법을 바꾸게 되면 효과가 적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레슨 프로들에게서 한번씩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나면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선호하는 레슨 프로가 있게 마련입니다.
가르치는 레슨 프로의 골프 실력이나 가르치는 방법상의 실력차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레슨 프로가 가르치는 방법이 배우는 내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확실히 수용 가능하고 커뮤니케이션상으로 가장 좋다고 판단되는 프로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아무리 이름이 알려져 있는 좋은 레슨 프로라 할지라도 가르치는 방법이 나의 배우려는 성향(aptitude)와 다르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신뢰한다.
젊은 무명의 레슨 프로라도 내가 그의 가르침을 받아 들이기 쉬우며 또한 내가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되거든 그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의 말을 신뢰한다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교습 방법이 배우는 사람의 성격상 가장 많이 수용될 수 있으며 항상 일관된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배우려는 사람이 분석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프로의 교습 방법 또한 이론 설명을 통한 분석적인 방법과 더 잘 맞을 것이며, 분석 보다는 심플하게 맥만 짚어 주는 방법을 선호하는 골퍼는 그 같은 프로를 찾아야 합니다. 두 경우 모두 공히, 레슨 프로의 교습 내용이 항상 일관되어야 합니다. 처음 레슨할 때는 이렇게 스윙하라고 했다가 몇 번이 지난 후에는 저렇게 하라고 말했을 경우,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헷갈릴 것입니다. 그럴 때 레슨 프로에게 다시 물어 보십시오. 왜 말이 다르냐고… 그럴 때 레슨 프로의 답변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면 그에 대한 신뢰도는 더 올라갈 것입니다만, 말이 자꾸 바뀌는 것에 대한 설명이 비합리적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레슨 프로들마다 교습 방식의 차이는 존재할지언정 샷에 대한 교습에 있어서의 ‘큰 그림 (big picture)’이 되는 이론의 근간은 같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물론 골프 샷 또한 유행이 있습니다. 한동안 하이 피니쉬가 정론이었다가 로우 피니쉬가 정론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윙 또한 유행을 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의성을 가지고 달라지는 유행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레슨 프로가 가지고 있는 ‘큰 방향’의 일관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 같은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서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레슨 프로를 만나는 것이 레슨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이며, 일단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되는 프로는 전폭적으로 신뢰하시기 바랍니다. 골프는 많은 부분 멘탈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의 샷에 믿음이 있으면 좋은 샷이 나오는것과 마찬가지로, 레슨프로에 대한 믿음 또한 효과적인 레슨을 위해 필요 불가결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었지만, 저는 일년에 3~4차례 잘 아는 프로에게 원 포인트를 받습니다. 그는 저의 스윙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으며 본인 스스로 좋은 실력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가르치는 방법이 저와 썩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big picture’에 관한 약간의 일관성 문제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우연히 LPGA 투어 프로로 뛰고 있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레슨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잘 아는 싱글 후배왈, “그녀처럼 잘 이야기 해 주는 프로를 본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염치 불구하고 원포인트를 받았습니다.
그녀와 10분 정도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제 샷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예컨대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추천에 의해 어느 정도 입증된 프로를 직접 대면하여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누면서 원포인트를 받은 후 짧은 시간에 내 샷이 프로가 의도한 대로 변화함을 느꼈다면 그 프로의 말은 저에게는 누구의 말보다 더 큰 신뢰를 얻습니다. 비단 PGA나 LPGA에서 뛰고 있는 투어 프로가 아니어도 자신과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될 경우 크게 신뢰하십시오.
레슨 프로와의 의사소통은 일방적이 아니다.
좋은 레슨 프로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레슨 프로와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앞서 강조한 ‘레슨 프로와의 궁합’ 중에는 서로 편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느냐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도 방식도 포함합니다. 나는 분석적인 설명을 원하는데 레슨 프로는 그냥 중요한 것만 맥을 짚어 준다면 그 역시 비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레슨 프로들은 골퍼가 물어 보면 누구나 즉답을 해 줍니다. 아주 오래 전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온 레슨 프로들이 많기 때문에 레슨 받는 골퍼가 물어 볼 경우 대개 좋은 대답을 해 줍니다. 문제는… 골퍼 자신이 묻지 않는 것이지요. 왜? 자신의 질문이 유치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프로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레슨 받는 골퍼들을 가르치면서 프로로서 가장 조심스러운 경우는 ‘기초적인 질문을 많이 하는 골퍼’라고 합니다. 그같은 기초적인 질문을 항상 짚고 넘어가는 골퍼들에게는 레슨 프로들은 더 경외감을 가지고 대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르치는 것도 신중하고 열의를 다하리라 생각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항상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레슨 프로를 신뢰한다는 말은 그의 말을 내가 이해 못하더라도 그냥 넘어가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질문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그럴 경우 그냥 넘어가는 것은 오히려 신뢰 안 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누가 들어도 유치하다고 생각될 질문들이 많더라도 꼭 그냥 넘어가지 말고 물어 보십시오. 그 질문들은 결코 유치한 질문이 아니며 내 골프 발전을 위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질문들입니다.
알아야 질문을 한다.
학창 시절 선생님께 질문 하는 학생들은 대개 공부를 한 학생들입니다. 공부와 숙제를 하지 않았다면 질문도 없습니다. 효과적인 레슨을 받기 원하는 골퍼들은 당장 서점으로 가서 골프 이론서를 몇 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가증스러울 정도로 선정적인 제목의 책보다는 바이블이 되어 온 ‘고전’들을 택하십시오. 예컨대 벤 호건이나 왓슨 등이 쓴 책들을 몇 권 준비하십시오. 재미가 없다면 게리 플레이어의 만화 레슨서도 좋습니다.
그런 서적들을 시간 날 때 마다 읽어 보시고 레슨 프로에게 challenge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레슨 프로의 실력을 시험해 보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레슨 내용에 대해 내가 의문을 가졌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답변을 얻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 또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장사로 끝나지 마라.
타이거 우즈가 스윙을 바꾸어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데 일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프로 선수들은 아이언을 교체하면 그 여파가 몇 달씩 갑니다. 하물며 우리의 경우에는 레슨을 통해 샷을 가다듬거나 스윙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단기적인 성과가 있다고 해서 레슨을 중도에 그만 둔다거나 스윙을 뜯어 고치는 과정이 길고 힘들다 하여 좌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와 궁합이 맞는 프로라고 확신한다면 그의 말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일정 기간 계속 레슨을 받으십시오. 레슨 기간 중에는 가급적 라운드를 자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3개월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껏 골프를 쳐 온 날들보다 앞으로 쳐야 할 날들이 더 많을 것이므로 스윙을 과감히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몇 달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뜯어 고치십시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어떤 레슨 프로의 홈페이지에서 “불과 몇 번의 레슨으로 타수를 확 줄여 드립니다”라는 보장성 광고를 보고는 두 번 다시 그 프로의 홈페이지엔 들어가지 않습니다. 외국서 공부할 만큼 했고 최근 국내에도 엄청 알려진 프로인데, 어떻게 그런 광고를 올릴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인기광고 문안처럼 ‘레슨 프로는 골퍼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얼마만큼 레슨비를 내었으니 프로는 알아서 내 스코어를 줄여 줄 거라고 믿는 생각을 버리고 좋은 스윙, 좋은 샷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격의 없는 동반자임을 늘 명심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면서 연습하는 것, 그렇게 레슨 받고 연습한다면 비싼 드라이버 하나 사는 것 보다 훨씬 더 오래 기쁨을 얻을 것이라 확신하면서 물러갑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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