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서 교권 보호 토론회 열어
‘무너진 교실’,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
교사 96.9% “현재 제도로는 보호 못 받아”
‘국가책임형’ 교권 보호체계 구축 논의
‘처벌보다 회복’ ‘신뢰 회복’이 핵심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 제공
“선생님들은 가르치기만 하십시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교권을 바로 세우겠다”라며 교권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안 당선인은 “교사가 존중받아야 학생도 제대로 배울 수 있고, 학교가 민원과 소송의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아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다”라며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전면적인 교육활동 보호 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이번 토론회는 안 당선인이 이달 17일 제안한 ‘교권보호국 신설’ 공론화의 후속 논의로 마련됐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 교권회복위원회와 학부모 멘토단, 김준혁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교사·학부모·학생·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육활동 보호의 방향과 제도 설계 방안을 논의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 제공안 당선인은 교권 침해 문제가 더 이상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됐지만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라며 “무너진 교권을 세우는 것이 무너진 학교를 다시 세우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국’ 설치를 공식화했다. 교육활동보호국은 법률 지원, 생활지도 지원, 민원 대응, 긴급 지원 기능을 통합 수행하는 전담 조직으로 운영된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민원에 대해 교사가 홀로 대응하지 않도록 법률상담과 변호사 지원,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교육활동 보호 119 콜센터도 운영한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추진 의지도 밝혔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입법을 국회와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수업 방해와 교육활동 침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분리 지도 공간과 전담 인력을 확보하고, 학생 생활지도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경기 교육활동보호국, 왜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 직후 패널, 참석자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인수위원회 제공토론회에서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세준 교사(용인 구갈중)는 “지금 학교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더 처참하다”라며 “교사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하지 말아라, 민원 생기고 신고만 당한다’, ‘학생이 때리면 맞고만 있어라, 저지했다가 신고당한다’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라고 토로했다.
김 교사는 학생 생활지도를 하다 학부모 민원을 받아 직접 찾아가 사과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일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학생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같은 교사의 고유 권한마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교사노조 조사 결과, 최근 3년 이내 교육활동 침해나 악성 민원을 경험한 교사는 79%에 달했다. 반면 교권보호위원회 절차를 경험한 교사는 6.9%에 그쳤고, 응답 교사의 96.9%는 ‘현재 제도로는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교사들이 교권보호위원회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2차 피해 우려, 조치의 실효성 부족, 사안 장기화에 대한 부담 등이 꼽혔다.
경기도교육청 광교 신청사 전경전문가들은 단순히 조직을 신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역할을 분담하는 국가책임형 교육활동 보호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교육부가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교육청은 법률 지원과 교육감 의견서 제출을 담당하며, 교육지원청과 학교가 현장 대응과 회복 지원을 맡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패널 토론에서는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이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선진국의 ‘디텐션(Detention)’ 제도를 예로 들며 체벌을 대신할 실효성 있는 생활지도 수단 마련을 제안했고, 모정하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사들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학부모와 학생 대표들은 처벌보다 회복과 신뢰가 중심이 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학폭 OUT 학부모시민모임 대표는 “선의를 가진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아이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수원외고 1학년 전수민 학생은 “교육활동보호국이 징계 기구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재 기구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악성 민원이 교사 개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는 현재의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안 당선인은 “교육활동보호국은 교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권을 지키고 학교 질서를 회복하며 공교육의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한 정책”이라며 “혼자 책임지는 교사가 아니라 함께 지키는 학교를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