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뉴스/ML스타]로저 클레멘스

  • 입력 2001년 9월 27일 13시 53분


1984년 보스튼 레드삭스는 한 루키투수의 출현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무려 100마일에 가까운 광속구를 뿌리던 22세의 우완 정통파 루키 투수는 그때부터 정확히 2년 후 24승4패, 방어율 2.48, 탈삼진 238개를 기록하며 영웅의 출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그는 다름 아닌 'Rocket Man' 라저 클레멘스였다.

클레멘스는 두 명의 아버지를 가진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그가 9살이던 해, 양 아버지 마저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아버지에 대한 어두운 기억뿐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클레멘스는 모든 악조건을 딛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 그에게 39살이라는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클레멘스의 타고난 체력에 대해 그가 신인시절이었던 1985년부터 1991년까지 보스튼 레드삭스의 투수코치로 클레멘스를 지도했던 빌 피셔(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투수 코치)씨는 "클레멘스는 25-30년을 가로지르는,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선수이다. 마치 그는 그가 원하는 한 영원히 피칭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체력을 타고났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클레멘스는 타고난 체력과 투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체격(193cm, 113kg)을 바탕으로 최고의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구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강력한 어깨에서 나오는 묵직한 90마일 중반의 패스트 볼은 클레멘스의 가장 큰 무기이다. 그가 구사하는 포심-패스트 볼(93-98마일: 일반적인 패스트 볼)과 컷-패스트 볼(91-95마일: 공이 슬라이더와 비슷하게 오른손 타자의 외곽쪽으로 휘는 볼. 보통 세미-슬라이더라고도 함) 두 가지의 종류는 타자들을 주눅들게 만들거나 혼동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고, 여기에 동반되는 스플리터(패스트 볼처럼 날아가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지는 볼. 포크볼과 흡사)는 타자들에게 결정타를 날리게 된다.

클레멘스는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는 타자를 속이는데 효과적이다. 이유는 손목 각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패스트볼(투심&포심)과 체인지업 그리고 스플리터(포크볼)는 손목의 각도와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타자들이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지면 손목 모양과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타자들이 식별하게 된다"고 말했다.(출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그의 피칭 커맨드 및 구종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말이다.

그의 노력은 그저 타고난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동료 및 주변 사람들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클레멘스가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성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레드삭스에서 터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 했을 때 당시 댄 두켓 단장은 "클레멘스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났다"고 선언 한 바 있다.

당시 클레멘스는 데이브 스튜어트, 브렛 세이버하겐, 오럴 허샤이저 등과 함께 흘러간 80년대의 대 투수로만 통했었다. 그러나 98년 시즌 20승을 거두고 2년연속 사이영상을 받고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클레멘스는 93년부터 96년까지 계속된 부진과 부상으로 헤매이다 영원한 친정팀이었던 레드삭스를 떠나 블루제이스의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36세의 클레멘스는 97년과 98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듯한 투구를 했다.

97년 21승에 2.05의 방어율을 올리면서 압도적인 지지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멘스는 98년 시즌에도 만장 일치로 사이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메리칸리그 사상 만장일치로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4번째 있는 일이었다. 68년 데니 맥클레인이 만장일치로 상을 받았고 란 기드리(78년), 클레멘스(86년,98년)가 퍼펙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97년 시즌 다승, 방어율, 삼진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의 위업을 달성했던 클레멘스는 98년도 3관왕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4번째로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을 세운 선수로 기록됐다. 이 기록은 샌디 코우팩스, 레프티 그러브, 그로버 클리블랜드 알렉산더가 세운 바 있다.

클레멘스는 99년 부터는 뉴욕 양키스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는데 99년과 2000년에 잠시 주춤 하긴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제몫을 다해줘 소속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올시즌엔 20승2패로 사이영상 추가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1-2년 더 연장될 듯 하다.

양키스는 항상 두 명의 근력 코치, 메시지 치료사, 스포츠 정신과 전문의를 대동하고 다니는데 클레멘스에겐 이 모두가 자신을 위한 사람들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충고와 조언에 귀 기울일 줄 알고 그들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킨다.

그러한 그의 정신력에 대해 양키스 팀 스포츠 정신과 전문의 프랜 피라졸라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와의 인터뷰에서 "클레멘스는 내 주위에 있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그들의 아버지를 잃었을 때 보통 아이들은 두 가지 길로 나뉘게 된다. 그럴 경우, 클레멘스는 그것마저도 자신의 정신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팀 메이트, 뱃 보이, 트레이너, 그 누가 되었든 그들의 장점을 본받고 있으며 그들에게 자신이 보답할 수 있는 것을 해준다. 그래서 그는 자연적으로 팀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클레멘스는 불굴의 정신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클럽하우스의 리더가 리더쉽까지 느낄 수 있다. 그런 클레멘스의 모습에 팀 메이트들은 가식이 아닌 존경의 마음으로 그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철저한 자기 관리도 클레멘스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오랜 원정 경기에서 돌아온 다음날이 휴식일이더라도 연습을 빼먹지 않는 그의 성실함은 이제 더 이상 놀랄만한 사실이 아니다.

18년 그의 커리어나 39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했을 때 약간의 흐트러짐을 보일 법도 하지만 클레멘스에게 그런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지난 19일 시카고 와이트삭스전 승리로 39살이라는 나이에 무려 20승 1패라는 엽기적인(?) 신기록 달성이 가능했던 이유도 바로 이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클레멘스는 깨끗한 사생활과 가족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원정경기로 인해 가족이 그와 떨어져 있을 경우, 하루에도 3번 이상씩 전화를 하며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는 클레멘스. 그가 야구선수의 신분을 떠나 미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런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 때문이다.

클레멘스는 지난 뉴욕 대참사 때 뉴욕에서 자녀들이 있는 휴스튼까지 무려 1천6백마일을 22시간 동안 달려 도착 했을 정도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역사에 길이 남을 대 투수 'Rocket Man' 라저 클레멘스를 볼 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그는 건강하기만 하다면 은퇴 직전 까지 96마일의 광속구를 뿌려대는 20승 투수이자 마운드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압도적인 투수가 될 것이다.

'노장을 살아있다'는 어록을 39살이라는 나이에 몸소 증명하고 있는 클레멘스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

-클레멘스는? -

이름: 라저 클레멘스(William Roger Clemens, 뉴욕 양키스)

생년월일: 1962년 8월 4일생

신장/체중: 193cm, 113kg

투/타: 우투/우타

통산 성적(미국시간 9월24일 현재): 280승 143패, 방어율 3.09, 3,869.1이닝, 3,696탈삼진

역대 삼진 랭킹 3위, 사이영상 5회 수상 등

저 작 권 자: ICC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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