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무심한' 국내팬 덕에 월드컵 중계권료 절약?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40분


KBS, MBC, SBS 방송 3사로 구성된 한국방송단(KP)이 2002, 2006년 2개 대회 월드컵축구 중계권료로 국제축구연맹(FIFA) 대행사인 독일 키르히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은 5500만달러(약 715억원)선.

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지불한 150만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액수지만 지난해 협상 초기 요구받았던 1억 달러에 비해서는 반으로 깎인 셈이다. NHK와 민방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2002년 월드컵 40경기만 중계하는데 63억엔(약 693억원), 통신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TV가 2002년 전경기 중계에 135억엔(1485억원)을 지불하기로 조인한 이웃 일본과 비교해 봐도 적은 액수.

한국이 이처럼 유리한 조건에 합의를 본데는 ‘무심한’ 국내 축구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키르히는 한국이 개최국인 만큼 방송사도 광고 특수를 누릴 수 있지 않느냐며 거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KP는 한국대표팀 경기를 제외한 외국팀 경기에서는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나 월드컵 입장권 판매 과정에서 보듯 국내팬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에 따라광고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한국에 ‘진정한’ 축구팬은 드물다는 주장이었다. 키르히는 처음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한국 시장 조사를 하고 난 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KP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이상한 축구문화 덕에 돈은 아꼈지만 이걸 좋아해야할지 부끄러워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쓴웃음.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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