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황제주 양보없다"…모디아-엔씨소프트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41분


코스닥 엔씨소프트의 김택진(34)사장과 모디아의 김도현사장(33).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나이가 비슷하다. 또 김택진사장은 요즘 거의 해외에서 머물고 있고 김도현사장의 집무실에는 항상 4∼5개 팀이 미팅을 위해 기다리고 있어 만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도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코스닥의 황제’ 자리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무선시스템통합(SI)업체인 모디아는 거의 한달째 코스닥에서 가장 비싼 황제주자리를 놓고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엔씨소프트보다 높았던 모디아의 주가는 4일 다시 근소한 차로 역전됐다. 주가는 10만원선.

두 사장은 한결같이 “황제주 경쟁이야 사람들이 재미있으라고 갖다붙이는거죠”라며 애써 외면하는 눈치. 하지만 ‘황제주 자격이 있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자못 진지해진다. 엔씨소프트 김택진사장은 “세계 게임업체에 비해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은 저평가되어 있다”고 둘러말했다. ‘황제주 자격이 있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모디아 김도현사장은 “향후 무궁무진한 시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 자격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두 업체의 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시장 공략을 마치고 해외시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김택진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이자 비전은 ‘닷월드(.WORLD)’다. 온라인게임으로 세계를 묶는다는 생각. 이미 대만 홍콩에 성공적인 진출을 마치고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와 손잡고 엔씨저팬을 세웠다. 상반기 적자를 감수하고 영입한 세계적 게임개발전문가 게리엇 형제의 진가는 11월 리니지 미국 상용서비스에서 발휘될 전망이다.

모디아는 국내시장확장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도현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재학시절 전문도박사 생활을 하며 전국을 무대로 엄청난 돈을 따기도 했던 기이한 경력의 소유자. 하지만 경영에도 그같은 승부사 기질은 그대로 배여있다. 하루 4시간 수면으로 모바일시장을 하나 하나 넓혀가고 있다. 모디아는 204종류의 소프트웨어, 80개의 핸디터미널, PDA 등 단말기를 소재로 기업이 원하는 모바일시스템을 구축해준다는 것이 가장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무래도 모디아보다 엔씨소프트에 점수를 더 주고 있다. 적정주가는 모디아가 7∼8만원, 엔씨소프트가 14∼15만원이다.

요즘 이들의 고민은 최고의 자리를 어떻게 지키냐는 것. 이름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선배 경영인으로부터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김택진사장은 무엇보다 컨텐츠의 질이 떨어져 고객들이 흥미를 잃지 않을까 가장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주력제품인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그 중 한 프로젝트에는 미국 유럽 세계적인 게임업체가 공동 참여한다고 한다.

모디아 김도현의 사장의 고민은 약간 은유적이다. 그는 “세상은 공평하다. 지금까지 30%를 일했다면 지금 우리 회사가 누리고 있는 것은 100%정도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모자란 70%를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 있는거냐’는 질문에는 피씩 웃으며 “할 줄 아는게 모바일시장에 관한 것뿐이다”고 답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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