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세계통신업계 과잉투자 몸살

  • 입력 2001년 8월 22일 15시 35분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통신업체들이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업체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된 정보기술(IT)거품 을 타고 통신망 투자나 관련업체 인수 등에 수십조원 규모를 쏟아부었으나 최근 경기가 급격히 침체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후반 각 통신업체들이 앞다퉈 광통신망 등의 설비투자를 시작해 2003년이면 장거리통신의 회선 총용량이 현재의 70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44개 통신업체의 설비투자는 95년 400억달러에서 지난해 1200억달러로 3배나 늘었다.

그러나 최근 공급과잉으로 통신요금이 급락하면서 이들 업체의 매출액 증가가 둔화되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 대형 통신업체인 AT&T는 부채가 최근 4년간 5배나 늘어난 53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주요 44개사의 부채 총액은 매출액의 97%에 달하는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은 직접투자보다는 관련업체 인수합병(M&A)에 과잉 투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대 통신업체인 NTT도코모는 전세계 차세대 휴대전화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올 초 네덜란드의 KPN모바일과 AT&T와이어리스 등 해외 휴대전화업체에 1조8000억엔을 출자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데다 차세대서비스 개시 일정도 불투명해 30% 이상의 주식평가손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경우 영국과 독일정부 등이 실시한 경쟁입찰에서 차세대 휴대전화 사업면허를 따내기 위해 통신업계가 쏟아부은 금액은 100조원 이상에 이른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은 영국에서 7조원 이상, 독일에서 관련회사를 통해 9조원 가량을 각각 투자해 사업면허를 따냈다. 이 결과 내년 초부터 차세대 휴대전화사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면허취득에 막대한 부채를 지는 바람에 인프라 투자가 어려워 본격적인 사업 개시는 2003년 이후로 늦어질 전망이다.

독일의 도이치텔레콤도 양상이 비슷하다. 브리티시텔레콤과 비슷한 금액을 투자해 면허를 따낸 데다 최근 총 60조원 규모를 들여 미국 휴대전화회사 보이스 스트림 와이어리스를 매수하는 바람에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됐다.

<도쿄=이영이특파원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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