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격리된 곳의 인권

  • 입력 2001년 8월 16일 18시 42분


교도소마다 0.7평 넓이의 징벌방을 두고 있다. 한 사람이 간신히 몸을 눕힐 수 있을 정도의 면적이다. 징벌방에 들어가면 접견 운동 서신왕래 독서 등이 금지되고 손과 몸이 결박된다. 탈주를 시도하거나 교도소 규정 등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람들이 들어가는 ‘교도소 속의 교도소’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창문을 모두 폐쇄해 사진 현상용 암실 같은 먹방을 징벌방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나 현 정부 출범 후 없어졌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시인 고은씨는 80년대 초 대구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할 때 집필행위를 금지당했다. 그는 국어사전을 읽다가 시상(詩想)이 떠오르면 성냥개비에 인주를 묻혀 단어에 표시를 했다. 교도소가 이것도 준집필 행위에 해당한다며 금지시키자 단식투쟁으로 항의를 했다. 문제의 국어사전이 서울 안전기획부에까지 올라가 검토된 끝에 교도관 입회 하에 성냥개비 인주 찍기를 허용받았다. 고씨는 신동아 9월호 인터뷰에서 ‘국가권력이 참으로 쩨쩨했다’고 회고했다.

▷과거 양심범들 중에는 교도소에서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 지식과 사고의 폭을 넓힌 사람이 많다. ‘노동의 새벽’으로 세상에 알려진 시인 박노해씨는 교도소 반입도서 리스트가 1만권을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읽기의 자유가 신장돼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되고 있다. 98년부터 모든 재소자에게 신문 구독이 허용돼 이 방 저 방에 들어오는 신문을 돌려읽다 보면 하루해가 가버려 깊이 있는 책을 읽기가 어려워졌다. 얼마 전부터는 텔레비전 뉴스 시청도 허용됐다.

▷한 재소자가 징벌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신문기자에게 보내려는 편지를 교도소가 발송하지 않은 데 대해 소송을 내 이겼다. 교정 당국은 바깥 세상의 자유로부터 격리된 사람들에게 법관이 매겨준 죗값 이상으로 처벌할 권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감 생활이 재소자의 건강을 상하게 하거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도 안 된다. 접견권이나 집필권도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허용해줘야 한다. 교도소의 시설과 처우가 ‘국립호텔’ 수준으로 올라가더라도 자유의 상실을 선택할 사람은 없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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