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남편의 이름으로 아내가 보험든다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38분


‘아내가 자신과 아이를 위해 남편을 보험에 든다.’

생명보험협회가 15일 대한생명의 종신보험 26만7030건을 분석해본 결과다. 보험료를 내는 계약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6 대 4정도로 많은데 피보험자(보험대상)는 3.5 대 6.5로 남성이 훨씬 많았다. 사망 혹은 1급 장애시 몇억원의 보험금이나오는종신보험의 특성을 따져보면 ‘생명을 걸어야 하는’ 남자로서 씁쓸할 만도 하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퇴직금이 없는 자영업자(30.5%)와 주부(27.3%)가 계약자의 절반을 넘은 데다 연령별로도 자녀들이 어릴 때인 30대가 41.7%로 주류이기 때문. 남편인 가장이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숨졌을 때 남은 가족의 생계는 막연해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생보협 관계자는 “사회안전망이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종신보험이 ‘제2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향은 보험료 납입기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보험 계약자들은 통상 10년 동안 보험료 납입을 선호(40.4%)해 경제적 능력이 있는 동안 보험료를 내려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45세 이전에 사망할 경우 3억5000만원을 받고 그 뒤에는 1억5000만원을 받는 식으로 종신보험을 최신 계약한 홍모씨(38)는 “재산을 어느 정도 쌓기 전에 행여 사고라도 나면 가족의 생활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번 분석을 통해 불과 1∼2년 전만 해도 고소득 전문직종에 종사하던 이들이 주류였던 종신보험 가입자가 다양한 직종과 연령층으로 퍼진 것으로 나타나 생명보험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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