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워싱턴은
'욕망의 거래소'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52분


워싱턴은 인턴들로 가득 차 있다. 매년 6월과 9월이 되면 신선하고 활기 있는 인턴들이 어김없이 새로 몰려든다. 그리고 이들 덕분에 워싱턴은 독특한 곳이 된다.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양한 동네에서 모여 살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는 20대의 인턴들과 50대 및 60대의 정치가들이 유난히 많다. 이 두 계층 사이의 상호작용은 워싱턴에서 너무나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라서 지금은 거의 특별한 일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물론 가끔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 같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인턴들과 정치가들은 모두 워싱턴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아내와 아이들을 갖고 있지만 가족들을 먼 곳에 떨어뜨려 놓고 혼자 워싱턴에 와서 격무에 시달린다. 그리고 인턴들은 친구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낯선 도시에서 쉽게 혼란에 빠져버리곤 한다. 그들이 워싱턴에 머무는 기간은 고작해야 몇 개월 정도이다. 사랑에 빠지기에는 충분하지만 낯선 곳에 정착해서 새로 친구들을 만들어나가기에는 부족한 시간인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섹스이다. 물론 모든 정치가들이 가족의 가치와 도덕을 내세우는 워싱턴에서 원초적 욕망이 고동친다는 얘기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대리석으로 된 의사당의 복도를 한 번 걸어보면 이곳이 성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정치가와 사랑에 빠진 인턴은 권력에 대한 부푼 꿈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정치가는 순진한 젊은 여자의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에 우쭐해진다. 젊은 인턴은 명성과 권력에 도취하고, 정치가는 젊음과 욕망에 도취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싱턴이라는 도시 자체도 이들의 성적인 긴장을 가라앉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구밀도가 낮은 이 도시 어디에서나 비밀스럽게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은밀한 밤을 보내거나, 한밤중까지 연인과 휴대전화로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곳에서 나이든 정치가와 사랑에 빠져버린 젊은 여자 인턴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워싱턴의 술집과 댄스클럽에는 이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서로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이 여성들은 사랑을 찾지 말아야 할 곳에서 사랑을 찾으며 매일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든 일을 하러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저항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 중년남성에게 반해버린다.

이 여성들은 순진무구한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중년남성의 끈질긴 구애를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이들 중에 거의 없다. 같은 또래의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어른이 되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아직 노력 중인 사람이다. 그래서 워싱턴에서는 실연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폐기된 법안만큼이나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매년 새로 워싱턴에 도착하는 인턴들은 결국 자신의 애인이 사실은 자신을 그리 사랑하지 않았으며, 어찌됐든 이미 결혼을 한 몸이고, 다음에 도착할 새로운 인턴들을 기대하며 벌써부터 자신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버리게 된다. 그 결과 그들과 똑같이 인턴으로 워싱턴 생활을 시작했던 필자는 동성애자라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안전하다는 이유로 가끔 옷이 축축하게 젖을 때까지 어깨를 빌려줘야 했다.

르윈스키씨는 이곳에서 너무나 보편적인 존재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눈에 띄는 것 같다. 그녀는 피해자이자 도발자로서 지난 세기 최고의 인턴 로맨스를 만들어냈다.

매년 워싱턴에서는 수많은 인턴들이 다른 도시의 일자리를 찾아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매년 그들은 새로운 인턴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http://www.nytimes.com/2001/07/22/magazine/22WWL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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