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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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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대회가 시작되면서부터 대회사, 기조연설문 낭독을 통해 불붙은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비판 발언은 심포지엄을 거쳐 오후 6시경 대회 폐회식에서 결의문이 채택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결의문 채택에 대한 반대의견 개진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회에 참석했던 한 변호사는 “연설문 등이 낭독되거나 심포지엄에서 토론이 벌어질 때 발언자들 외에는 참석한 변호사들 대부분이 말없이 지켜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현 정부의 개혁이 법치주의에서 현저하게 후퇴했다’는 강력한 비판의견이 담긴 결의문이 채택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결의문은 대한변협 집행부가 작성한 초안을 각 지방 변호사회 회장을 통해 대회에 참가한 변호사들이 일일이 돌려본 뒤 수정작업을 거쳐 채택됐다.
따라서 이날 결의문은 대회에 참석한 변호사 400여명의 추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현재 정부의 개혁정책을 바라보는 변호사들의 전반적인 시각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K변호사는 “평일임에도 전국 변호사 5000여명 가운데 10% 가까운 인원이 한 장소에 모인 사실 자체가 이례적일 뿐더러 이들이 큰 이견 없이 정치적인 의견 결집을 해 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회사와 기조연설문, 결의문 초안 등의 내용을 마련한 현 변협 집행부가 치밀하게 정부정책 비판을 준비했고 이에 반대의견을 가진 변호사들이 그 ‘세(勢)’에 밀렸다는 관측도 있다.
민변의 한 변호사는 “오늘 대회의 분위기는 올해 2월 정재헌 회장 체제가 출범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라며 “출신 학교와 지역, 정치적인 성향 등을 고려할 때 변협 집행부가 현 정권과 가깝기는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했던 H변호사는 “변협의 정부정책 비판 기조는 집행부뿐만 아니라 변호사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실정(失政)을 일일이 나열하며 ‘정권 불복종 운동’을 주장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라고까지 비판하는 등 급진적인 의견이 나와도 큰 반대 의견이 제시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변협의 대(對)정부 비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변호사들은 변협의 주장과 정부의 성향은 과거와 다르지만 70, 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재야 법조계가 정부와 불화와 갈등을 빚었던 때만큼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