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히딩크 딱딱해 보이지만 유머 풍부"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49분


전담통역 축구협 전한진대리
전담통역 축구협 전한진대리
“저를 소방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평소에는 소방서에서 근무하지만 일이 생기면 화재 현장을 떠날 수 없죠. 축구협회가 소방서라면, 히딩크 감독은 움직이는 ‘화재 현장’입니다.”

대한축구협회 국제부 전한진(31) 대리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통역’인 자신의 역할을 소방관에 비유했다. 소방관이라는 비유에 걸맞게 18일 오전에도 전 대리는 축구협회 대신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근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히딩크 감독을 맞는 것이 전한진 대리의 일.

축구협회는 지난해 12월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면서 전 대리에게 대표팀 통역의 임무를 맡겼다. 캐나다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97년부터 축구협회에서 근무해온 전대리는 ‘영어’와 ‘축구’를 모두 알고있는 적임자였던 것.

전 대리는 이후 히딩크 감독의 ‘입’ 역할은 물론, 수행 비서의 일까지 겸하게 됐다. 함께 다니는 시간이 많다보니 히딩크 감독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대부분 그에게 질문했고 사소한 부탁도 그가 도맡아 들어줬다. 경기장에서는 한국축구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고, 훈련이 있을 때면 운동장에서 공을 주으러 다니는 등 ‘보조 코치’의 일까지 해야했다. 당연히 히딩크 감독이 국내에 있을 때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인물. 마치 분신처럼 붙어 있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히딩크 감독의 첫 인상은 무척 딱딱했어요. 그러나 함께 지내보니 유머 감각이 아주 풍부한 분이더군요. 유머를 생활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같아요.”

전 대리는 이어 “히딩크 감독은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오만하지 않은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과 함께 생활을 하는 전 대리는 주말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인 전대리는 “남편보다 더 바쁜 아내(인테리어 회사 근무)때문에 집에서 점수를 잃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대표팀과 함께 지내면서 비디오 게임도 축구 게임만 할 정도로 축구가 좋아졌다”면서 축구협회 근무 4년만에 새삼스럽게 빠져든 축구의 재미를 이야기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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