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업 CEO "공사현장이 피서지"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58분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는 여름 휴가가 없다?’

올 여름 건설업계 CEO들의 튀는 ‘여름 보내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장 체험에다 해외 견학, 모델하우스 지키기까지 다양하다.

오랜만에 ‘푹 쉴 수 있는’ 말 그대로의 ‘휴가’는 뒷전. 곳곳에 건설 현장이 널려 있는 업계의 특성 탓에 휴가철이라고 일손을 놓기 어렵다. 최근 비수기가 무색할 정도로 아파트 분양 열기가 달아오른 것도 휴가를 포기하게 한 요인이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이상대 사장은 좀 별난 휴가를 보낸다. 다음달 초 충남 아산시의 연립주택 건설현장에서 망치와 페인트통을 잡는다. 한국해비타트(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가 벌이는 ‘무주택자 집 지어주기’ 행사에 인부로 나선다. 주택 부문 선두를 다투는 업체의 사장으로서 현장 체험과 사회봉사라는 두 가지 목적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다. 이사장은 지난해 전남 광양시의 해비타트 현장에서 인부로 일했다.

여름 휴가철에 더 바빠지는 CEO도 적지 않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몰려올 여름은 비수기도 없고 휴가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월드건설은 더위가 한창인 8월 경기 수원시에서 무려 2063가구짜리 대단지 아파트를 새로 분양한다. 조대호 사장은 일찌감치 휴가를 잊었다. 그는 “상반기 수도권의 분양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 여름철 사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동문건설 경재용 회장은 주택사업 20년 동안 한 번도 여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휴가철이면 모델하우스를 지킨다. 올해도 마찬가지. 그는 “휴가철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집이 꼭 필요한 알짜 고객”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여름 휴가철에만 수도권에서 아파트 4000가구를 분양한다. 봄 가을 분양철보다 많은 공급 물량이다.

올들어 새로운 디자인의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견학파’ CEO도 늘고 있다.

㈜신영 정춘보 사장은 이달 말 미국으로 떠난다. 캘리포니아 얼바인, 샌디에이고 사우스코스트 등에서 미니신도시와 리노베이션 및 재개발 성공사례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연중 해외 건축자재 쇼를 돌아다니는 그에게 일과 휴가의 구분은 없다.

‘더 디엔에스’ 김한옥 대표는 8월초 선진 시설관리를 배우기 위해 중국 상하이와 싱가포르에 간다. 분당 벤처타운 조성을 앞두고 건물의 유지 관리 기법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른 까닭이다.

건설 현장 점검은 이 업계 CEO들의 단골 휴가 메뉴. 중요 현장이 있는 곳으로 휴가를 떠나 현장 직원들을 만나고 공사를 점검한다. 금호건설 이서형 사장,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잘 굴러가는 사업 현장만 많으면 휴가를 가지 못해도 즐겁다고 한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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