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9]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58분


“10만달러가 전재산인 증권사 고객이 있다고 합시다. 이 고객이 갖고 있는 돈 전부로 주가가 1000달러인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사달라고 주문을 낼 경우 당신이 브로커(중개인)라면 이 고객의 주문을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증권사의 기업윤리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있는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 지점의 한 브로커를 만났을 때 허를 찔리듯 받은 질문이었다. ‘당연히 사자주문을 받아 체결시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만 한 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브로커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우리는 이런 매수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대답했다. 그는“대신 다른 종목에도 분산투자하도록 조언해준다”고 덧붙였다. 한 종목에만 투자했을 경우 고객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증권사 브로커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브로커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입만 많이 올리면 그만이지만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는 양자의 이익이 서로 충돌할 때 고객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윤리규정을 지키려 노력한다.

▼글 싣는 순서▼
1. 존슨&존슨
2. 3M
3. 美 기업평가 시스템
4. 다국적 기업 나이키
5. 사우스웨스트
6. 조지아 퍼시픽 펄프공장
7. 네슬레
8. 노키아
9.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10. 전문가 좌담-독자 반응

“분산투자하라고 조언해줘도 고객이 한 종목만 사겠다고 고집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또다른 브로커는“고객이 우기면 어쩔 수 없이 주문을 받아준다”면서도“고객이 한 종목만 매수주문을 냈다는 증빙서류를 반드시 받아 보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 직원들은 고객의 이익을 가장 앞세우는 윤리의식이 체질화돼 있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할 때 증권사도 수익을 얻는다는 ‘윈-윈철학’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고객들이 손실이 나면 때를 가리지 않고 불평과 이의제기를 하는 것도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고객의 불만이 직원의 명백한 잘못 탓으로 판명되면 손실금액을 물어주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자격정지나 자격박탈의 징계를 당해 증권업계를 떠나야 한다.

비슷한 이유로 직원들은 언론과 접촉하는 것을 아주 꺼린다. 고객의 이익이라면 발 벗고 나서지만 언론의 개별적인 면담요청은 철저하다고 할 정도로 피한다. 면담에 응할 경우에도 법규준수팀에 무슨 말을 했는지 나중에 모두 보고한다.

물론 여기에는 ‘소송 만능국’인 미국에서 말을 잘못해 송사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보신주의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취재과정에서 이 증권사 브로커들은 한결같이“익명으로 기사를 써야 만나주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또 고객에 관한 정보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의 윤리교육은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을 상대로 3주간 연수를 실시하면서 시작된다. 이 연수과정에서 윤리교육은 가장 비중있는 항목으로 꼽힌다. 또 입사 이후에도 1년에 여러 차례 부정기적으로 내부통제기준을 알려주는 윤리교육을 반복하고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에는 고객으로부터 50달러가 넘는 선물을 받지 말라는 윤리규정이 있다. 하지만 반복된 윤리교육으로 아예 선물을 받지 않는 브로커들이 적지 않았다. 18년간 근무한 한 브로커는“지금까지 고객으로부터 한번도 선물을 받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는 고객들이 속한 공동체에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기금 모금 △공원 청소 △자원재활용 △청소년 교육활동 등이 주요 내용이다. 봉사활동은 주로 계열관계인 살로먼스미스바니공동체투자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시된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측은“450개 지점이 미국 전역의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역밀착형 봉사활동은 고객들이 다른 증권사로 옮겨가지 않도록 붙잡는 ‘부수 효과’도 얻는 셈이다.

한 고참 브로커는“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사를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자“윤리규정을 잘 지키면서도 고객의 요구를 헤아려 수익을 올려주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뉴욕=이진기자>leej@donga.com

▼"금융업은 신뢰가 생명"…직원 내부통제 철저▼

금융업은 돈을 맡기는 고객의 신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고객의 신뢰 위에 있는 금융기업들의 직업윤리는 기업의 생명인 셈이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금융기업들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 의무는 금융기업이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고 고객을 공정하게 대하도록 요구한다.

또 금융업은 효율적이고 공정한 시장이 필수불가결하다. 시장이 공정하지 않다면 그 시장에 참여할 투자자나 금융기업이 없을 것이다. 금융기업은 금융시장의 주요 구성원으로 시장의 질서가 유지되고 공정성이 확보되도록 자신은 물론 고객도 공정하게 시장에 참여하게 유도해야 하는 공익 의무도 지닌다.

외국 선진 금융기업들은 이 의무를 다하고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내부통제를 늘 집행한다. 특히 미국계 금융기업의 경우 내부통제체제의 주축 개념들은 윤리성을 강조한다.

준법의무와 성실한 업무처리, 전문성 확보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에도 균형과 평등을 추구할 의무가 있다.

업무상 비밀이 유지돼야 하는 비공개정보와 내부자정보는 비밀정보관리와 정보차단 원칙을 통해 철저히 관리한다. 또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내부자거래와 내부자정보를 이용하는 모든 부당한 사적 거래를 막기 위해 임직원 유가증권 매매를 사전승인제도와 사후보고 및 점검체제를 통해 엄격히 관리한다.

금융기업들은 고객의 투자관련 정보를 충분히 이해해 개별 고객의 투자목표에 적절한 투자권유를 해야하는 의무도 있다. 이해상충방지 의무는 고객의 이익이 금융기업이나 주주, 임직원 개인 이익보다 우선하고 이해(利害) 충돌 때는 투명하게 고객에게 알려 고객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한다.

금융기업들은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고객에게 대가성 있는 선물과 접대 등을 금지하는 엄격한 규율도 지킨다. 선물과 접대 등은 주고받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미국계 금융기업은 해외부패행위금지법을 통해 자국 금융기업 임직원이 외국 정부관료와 국영기업 임직원에게 주는 선물과 접대까지 엄격히 규제해 내부규정이 더욱 까다롭다.

선진 금융기업의 윤리성은 임직원의 업무활동 외에 대외활동까지 규제한다. 모든 대외활동은 회사의 사전승인 없이는 불가능하고 대외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도 회사의 승인 없이는 개인이 가질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윤리기준들이 최근 시행된 증권사의 영업행위준칙과 작년에 증권업협회가 제정한 표준내부통제기준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제 금융기업 경영진은 기업윤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김유니스(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법무·준법감시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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