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겉멋 없앤 햄프슨의 베르디 아리아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4분


베르디 서거 100주년인 올해는 음반계도 베르디로 들썩거린다. 편집 앨범을 비롯한 여러 아이템 중에서 높은 완성도로 눈에 뜨이는 음반 중 하나가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의 아리아집(EMI)이다.

햄프슨은 그를 예찬하는 팬들에게조차도 ‘비정통적이다’라는 평을 들어왔다. 목을 띄워 한숨소리같은 소리를 섞거나, 전타음(前打音·한 음표 앞에 다른 음을 짧게 잇는 것)처럼 ‘겉멋들려’보이는 음성 연기를 자주 구사했기 때문.

이로 인해 그의 음성과 악곡해석이 매우 세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래를 포스터의 미국민요처럼 부른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그는 자신의 독특한 색깔을 효과적으로 탈색시켰다. 한숨짓는 듯한 독특한 연출을 없앤 대신 목의 ‘출력’을 높여 진한 색상의 기름진 음색을 선보이고, 흔들림 없는 템포로 강인한 베르디의 영웅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유명한 ‘라 트라비아타’의 ‘프로벤자의 바다와 태양’에서도 집나간 아들을 ‘애소(哀訴)’ 보다 부친의 권위로 설득시킨다는 느낌을 준다.

‘트로바토레’ 중 ‘루나 백작의 아리아’ 등 두 곡은 베르디 생전 프랑스 공연 당시의 모습대로 프랑스어로 노래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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