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봄나들이엔 유부초밥을!

  • 입력 2001년 3월 27일 12시 43분


날씨가 정말 좋지요? 중국에서, 몽고에서 황사가 몰려온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햇살이 따듯하고 바람은 포근한 게 봄은 봄입니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더니 저도 다 늦게 봄바람이 나려나 봅니다. 일이고 살림이고 다 때려치고 산으로 들로 나가고만 싶어졌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꽃무늬 원피스에 밀짚모자는 쓰지는 않더라도 야외에 나가 돗자리 깔고 누워 한없이 게으름을 피워보고 싶어지네요.

근데 저의 이런 소박한 소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신랑, 전혀 도와줄 생각을 안하네요. 결혼 하기 전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놀이공원, 튤립축제, 장미축제, 국화축제를 찾아다니고 "난 드라이브를 좋아해!"라며 양수리로 어디로 헤매고 다니던 우리 신랑. 지금은 휴일이면 거실 소파에 찰싹 달라붙어 꼼짝 할 생각을 안해요. 하다못해 밥도 쟁반에 담아 소파에서 먹는다니까요. 식탁까지 걸어가기가 싫어서. 이 남자가 빨빨 대고 돌아다니며 연애하던 그 남자 맞아?

이번 봄엔 올림픽 공원이라도 갔다 오려구요. 봄나들이에 빠지지 않는게 도시락이겠죠? 솜씨 좋은 주부들은 멋진 등나무 피크닉 가방에(전 정말 이 피크닉 가방이 사고 싶어요. 근데 상당히 고가더라구요...) 각종 샌드위치와 과일을 색색이 담아 우아하게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고, 아니면 찬합에 김밥이랑 반찬을 얌전히 담아 맛깔나게 나들이를 즐기기도 하겠죠.

하지만 김밥 만드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요? 보기엔 참 쉬워보이지만 밥에 맛내기부터 시작해서 속재료 준비와 양념, 모양나게 말기까지 보통 일이 아니죠. 식구라도 많으면 애써 준비한 재료가 남을 걱정이라도 없겠지만 달랑 두 식구뿐인 저희 집은 김밥 서너 줄 말고 나면 남은 시금치, 단무지를 해결하는 게 일이랍니다.

이럴 땐 김밥의 사촌, 유부초밥을 만들면 걱정 끝이랍니다. 요즘 저같은 게으름뱅이 주부들을 위해 유부초밥용 유부 나온 거 아시죠? 유부에 달착지근한 양념이 되어 있고 초밥 만드는 양념은 덤으로 들어있어서 얼마나 편리하고 고마운 지 몰라요. 그냥 새로 지은 밥에 초밥양념만 넣어서 만들어도 괜찮지만, 찬밥에 햄이랑 양파, 당근 같은 걸 잘게 썰어 넣고 살짝 볶아 만든 유부초밥은 기가 막히죠. 특히 전 우엉조림을 넣은 유부초밥을 좋아해요. 우엉조림은 김밥에 넣어도 맛있지만 유부초밥에 들어가면 더 맛있거든요.

유부초밥은 김밥처럼 거하게 재료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밥 펴고 재료 얹고 말고, 썰고 하는 과정 없이 그냥 조물조물 주물러서 만들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절약돼요. 하지만 방심하면 유부가 찢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예쁜 유부초밥을 만들겠다는 정성이 필수죠. 또 유부를 살짝 벌려 밥을 통통하게 채워야지, 밥이 제대로 안 들어간 납작한 유부초밥은 정말 볼품 없어요.

정성껏 만든 유부초밥을 도시락통에 담고 파슬리 같은 걸 살짝 얹어주면 Oh! 진짜 봄나들이 기분나요. "먹지도 못하는 파슬리 같은 거 안 키워!" 하신다면? 실용적으로 단무지 같은 걸 곁들여야죠, 뭐. 먹는 게 남는 거니까요.

***봄나들이용 유부초밥 만드는 법***

재 료 : 양념된 유부 10개, 쌀밥 3공기, 초밥용 양념, 햄, 당근, 양파, 우엉조림 조금

만들기 : 1. 햄, 양파, 당근을 잘게 썰어 살짝 볶는다.

2. 우엉조림을 잘게 썰어둔다

3. 밥에 초밥용 양념을 넣어 살짝 버무린다.

4. 초밥에 햄, 양파, 당근, 우엉조림을 넣어 섞는다

5. 유부를 찢어지지 않게 벌려 밥을 조물조물 뭉쳐 넣는다

ps. 유부초밥을 먹다보면 생각보다 밥을 많이 먹게 되요. 4, 5개 집어먹으면 밥한공기 먹은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음식 남는 꼴 못본다!" 하지 마시구 남은 건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차가운 유부초밥도 괜찮거든요. 음식 남는 꼴 못보는 아내의 남편들, "알뜰한 당신"이라고 할까요? "고만 좀 먹어라"한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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