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시각장애 美입양아 '로즈장학생'선발 인간승리

입력 2001-03-22 18:50수정 2009-09-21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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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누구도 자기가 장애인이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하지요. 그 때문에 장애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게 아닐까요.”

선천성 시각장애의 역경을 딛고 미국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영예의 ‘로즈 장학생’으로 뽑힌 한인 입양아 자키리 배틀스(21·한국이름 이정남).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졸업하면서 수학과 프랑스어, 컴퓨터 등 3개 분야의 학사학위를 받게 된 그의 드라마 같은 인생역정이 미 피플지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성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고아원에 맡겨진 그는 4세 때인 1983년 8월 장애인만을 골라 입양해 온 음악교사 리처드 배틀스 부부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가게 됐다.

양부모의 도움으로 특수교육을 받게 된 그는 컴퓨터를 좋아해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수하게 설계된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전과목에서 ‘A’ 성적을 받는 등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학의 문은 그에게 좁기만 했다. 97년 몇몇 대학에 원서를 냈으나 입학을 거절당해 한때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결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 입학했다.

그는 5월 졸업과 함께 로즈 장학생에게 주어지는 유학 기회를 얻어 3년간 영국의 옥스퍼드대로 가 수리분석을 공부할 계획이다.

로즈 장학제도는 1902년 영국의 사회사업가 세실 로즈가 만든 것으로 학업성적과 지도력, 봉사활동 등을 고려해 장학생을 선발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로즈 장학생이었다. 올해의 로즈 장학생 선발에는 모두 950여명이 지원해 그 중 32명만이 뽑혀 3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는 “비록 앞은 볼 수 없지만 많은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영국에 유학하는 동안 연극에 대한 공부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자신이 받은 혜택을 생각하며 보스니아 난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외국인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 그는 영국에 유학해서도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18세 때 우연히 생부를 찾아 처음으로 편지를 쓰기도 한 그는 친부모가 자신을 버린 것이 오히려 ‘기회의 땅’에 오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지금은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지난해 6월 자신의 여동생도 선천성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고아원에 버려진 것을 알고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지금 동생의 소재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피플지는 전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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