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배드민턴과 연인된 박미경 경사

입력 2001-03-20 18:29수정 2009-09-2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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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을 치는 즐거움에 빠진 박미경경사(위)는 근무시간에는 범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첫 인상이 조금은 연약해 보이는 박미경씨(36·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 경사).

매일 12시간씩 전화, 무전기와 씨름을 벌여야 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매일 받아야하는 전화만해도 줄잡아 5백여통. 그렇다고 걸려오는 전화 한통이라도 가볍게 대할 수가 없다. 절반 가까이는 각종 범죄와 관련된 신고이거나 급박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이기 때문.

박경사가 일하는 곳은 서울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에 대한 각종 정보가 맨 먼저 모이는 곳이다. 때문에 그는 근무시간내내 한순간도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20일 오전 9시. 전날 밤 9시부터 12시간동안 잠 한숨 못잔 박경사는 근무가 끝나자 마자 서울경찰청 지하에 있는 상무관으로 곧장 내려갔다. 바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애인’인 배드민턴과의 만남을 위해서였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코트에 들어선 그녀의 얼굴에는 밤샘근무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3시간여동안 흠뻑 땀을 흘린 그녀는 “예전에는 근무가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하루종일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 4시간정도만 자도 피곤한지 모른다”며 “근무시간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셔틀콕에 실어 날려 버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986년 순경으로 시작한 그녀가 현 부서에 온 것은 99년. 처음에는 근무가 끝나면 곧바로 퇴근해 하루종일 잠만 잤다. 엄청난 전화를 받다보니 입은 물론 머리까지 찌끈찌근 쑤시는 데다 속도 거북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만사가 귀찮았던 것.

그러던 그녀가 새로운 활력을 찾기 시작한 것은 99년말. 힘들어 하는 모습의 그녀에게 같은 부서의 한 직원이 배드민턴을 권유했다. 그때까지 그녀에게 운동은 남얘기였다. “올림픽 등 국제경기를 보면서도 그냥 잘하는구나라고만 생각했다”는 그녀는 처음에는 그저 오락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동료 직원의 손에 이끌려 배드민턴 라켓을 처음 잡았다.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한시간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집에 가서는 끙끙 앓았어요”.

그렇게 힘들었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만 한데 그녀는 “몸은 힘들어도 난생 처음 해보는 배드민턴이 너무 재미있어 곧 푹 빠져버렸다”며 “한번 직접 해보면 그 재미를 알 수 있다”고 권유했다.

배드민턴 비디오 교재까지 직접 사서 보고 1월 제주에서 벌어진 코리아오픈 국제 배드민턴대회는 TV중계까지 녹화해 볼 정도가 된 그녀는 “가을에 벌어질 서울경찰청 직원대항 대회에서 입상하기 위해 요즘은 스매싱 기술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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