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전월세 정부대책 실효성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38분


정부와 여당이 16일 발표한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안정 종합대책’은 해마다 이사철이면 반복되는 전월세 파동을 막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당정이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이번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라〓98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 이하 서민의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이사철마다 전세난 월세난이 반복됐고 그 때마다 정부는 자금지원 확대나 대출이자율 인하대책을 발표했다.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대증(對症) 요법’에만 골몰한 것. 게다가 늑장대응으로 일관해 실효성도 떨어졌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전세금 상승률이 꺾이는 등 전월세 파동이 한 고비를 넘긴 시점에 나온 정부의 대책은 ‘뒷북치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부동산 114’의 김희선 이사는 “99년과 지난해의 경우 4월에 접어들어 전세시장이 안정됐지만 올해는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정부는 뒤늦게 시장상황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 주거대책에 ‘서민’은 없다〓정부는 도시영세민의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가구당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높이고 대출금리는 연 7.5∼9.0%에서 7.0∼7.5%로 낮출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싼 금리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도시 영세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이 크게 줄어 ‘빈사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3000억원을 책정해 놓은 이 자금은 1691억원만 집행됐고 올해도 15일 현재 128억원만 나갔을 뿐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출금리를 더 낮추거나 아예 전세금 일부를 보조해 주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공사 박신영 연구원은 “공공자금 지원대상은 혼자의 힘으로 전셋집을 마련할 수 없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이들이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가구 다세대주택에 눈 돌려라〓최근의 전월세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소형주택 공급이 줄어든 데다 주거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이 새로 이사갈 집으로 아파트만 고집하면서 비롯됐다.

문제는 소형 아파트를 많이 짓는다해도 2, 3년이 지나야 입주할 수 있고 수도권에는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도 부족해 올 가을 또는 내년 봄 이사철에 전월세 파동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는 점.

전문가들은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수도권 도심지 다가구 다세대 밀집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기획조정실장은 “다가구 다세대 밀집지역을 주거환경개선지구 등 주택개량지구로 지정해 주차장을 만들고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생활하기 편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정경준·황재성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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