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쉿! '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41분


‘유리병 안의 삶….’ 서른살의 보험 세일즈맨 트루먼 버뱅크. 그는 친절한 이웃과 아름다운 아내, 즐거운 직장생활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TV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아내를 포함해 그의 주변인물은 모두 배우들이다. 요소요소엔 ‘몰래카메라’가 감춰져 있다. 영화 ‘트루먼 쇼’의 한 장면. 이같은 상황은 이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나타났다. 지도자 대형(大兄·Bigbrother)은 감시카메라를 통해 인민들을 24시간 감시한다. 누구나 상황은 비슷하다. 인공위성이, 현관의 전자자물쇠가, 백화점의 폐쇄회로 TV가 끊임없이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 놀랍게도, 혹은 놀랍지 않게도 현대인들은 ‘유리병 안의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직원 감시〓미국 경영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의 지난해 설문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회사의 45%가 직원들의 활동을 온라인으로 감시중이다. 이들은 ‘게이트키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원들의 전자우편, 컴퓨터 파일, 전화 통화 등을 감시한다.

미국은 온라인 직원감시가 거의 일상화되어있다. 메일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 ‘사일런스 워치’ 같은 프로그램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의 스크린을 모니터 하나에 띄워준다. 미국 트럭회사의 3분의 2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트럭의 위치와 운행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통계가 잡히지는 않지만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정보통신부와 경찰청, D통신, H신문, S물산 등 40여개 기업에 보안솔루션을 공급한 W업체 관계자는 자사의 제품이 “원래는 침입탐지 시스템이지만 실시간 메일감시 등의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메일의 첨부파일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각각의 사용자가 키보드로 무엇을 입력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유명 S기업의 경우 특정한 단어들을 ‘키워드’로 입력해 놓고 키워드가 들어 있는 E메일이 들어오면 버저가 울린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을 운용하는 회사들이 그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점. W사 제품을 도입한 한 업체의 경우 직원들은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E메일이 검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원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민사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지금처럼 직원들의 사생활 보호에 신경쓰지 않다가는 법정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감시〓국가기관의 ‘훔쳐보기’는 상상을 넘어선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가장 큰 범죄자는 국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의 감청시스템 ‘에셜론’은 전세계 통신망의 70%를 커버할 수 있다. 탐지 대상도 유무선 전화, 팩스, E메일은 물론 단파와 항공기, 함정의 전파 등 없는 것이 없다. 미연방수사국(FBI)도 독자적인 E메일 감청 시스템 ‘카너보어’를 운영한다.

중국은 20개 조항의 ‘인터넷 검열법’을 통해 네티즌을 감시한다. 이 법에 따르면 네티즌은 웹상에서 어떠한 국가기밀도 토론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긴 자는 최고 사형에 처해진다. 중국정부는 인터넷 사이트 하나하나를 뒤지는 ‘인해전술’과 미국에서 구입한 장비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포털 업체가 지난해 상반기 중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가 총 1968건에 달했다. 유명포털이나 게임 사이트에서 탈영병의 접속IP를 추적해 검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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