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빌딩 계약 미스터리…본보 임대차계약서 확인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53분


정식 허가를 받기 전에 카지노 시설을 설치한 ㈜한무컨벤션의 김용식(金勇植·52)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신진학원 명의로 무역협회와 업무용 호텔부지 사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회장은 그 후 자신이 운영하는 한무컨벤션이 이 계약내용을 넘겨받아 호텔과 컨벤션에넥스(부속동) 빌딩 건축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컨벤션에넥스 빌딩의 용도를 위락시설로 변경해 카지노를 설치했다.

또 호텔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무역협회는 계약서에서 3개월마다 빌딩공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기로 약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 취재팀이 5일 입수한 신진학원과 무역협회의 호텔부지 임대차 계약서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회장이 왜 처음에 학원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는지, 왜 계약체결 후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한무컨벤션에 넘겼는지가 주목되고 있다.

또 무역협회는 계약내용대로 3개월마다 공사진척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았는지, 보고받았다면 카지노 설치사실도 알았는지 등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회장과 무역협회가 98년 7월29일 체결한 ‘갤러리아 A, B동 부지 토지 임대차 계약’에 따르면 신진학원은 무역협회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 일대 14만여㎡를 2020년까지 임대해 호텔 등 업무용 시설을 짓기로 계약했다.

신진학원과 무역협회는 계약서 제33조에서 신진학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이 계약에 대한 승인을 얻은 뒤에는 신진학원이 대주주로 있는 별도 법인으로 하여금 계약내용을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에 따라 한무컨벤션은 신진학원의 계약내용을 이어받아 빌딩공사를 추진했으며 이후 컨벤션에넥스의 용도를 위락시설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김회장이 처음부터 한무컨벤션 명의로 계약을 하지 않고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학교법인 명의로 계약을 추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무역협회와 신진학원은 계약서 제11조에서 부지에 세워질 건축물의 배치는 무역협회의 사업계획에 따른다고 정하고 이어 제27조에서는 3개월마다 공사진행상황을 무역협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무역협회가 이 계약조항에 따라 카지노 설치 사실을 보고받았거나 알았는지 해명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컨벤션에넥스를 위락시설로 용도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해줬지만 카지노 설치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강남구 "카지노장 설치 반대"▼

서울 강남구가 삼성동 아셈(ASEM)단지내 부속 건물에 영업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 카지노장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강남구 남원준(南元畯) 행정관리국장은 5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카지노 시설이 들어서면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등 지역발전에 기여하기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구와 주민들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설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남국장은 “ASEM단지 조성도 강남구청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카지노 설치 계획이 구체화되면 주민의견을 물어 그 결과를 카지노 허가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남구는 경찰, 소방서 등과 합동으로 오크우드호텔 소유주인 한무컨벤션을 상대로 문제의 카지노 시설에 대한 건축법, 소방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해 위반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정 또는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감사원 '카지노 의혹' 자료요청▼

감사원이 강남 아셈(ASEM)단지 내 카지노 시설 공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에 관련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감사원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각종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한무컨벤션이 건설 중인 컨벤션에넥스와 오크우드호텔의 건축허가와 설계변경 등 각종 인허가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한무컨벤션의 카지노 시설 공사와 관련해 어떠한 조사도 착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진상파악 차원에서 강남구청 등에 설계변경 등 각종 인허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자료 요청은 비리의혹이 제기될 경우 취하는 의례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부형권기자>book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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