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잘할수 있는 것만 한다"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3분


스포츠 얘기가 나오자 얼굴부터 환해진다. “롯데 계열사 중에 적자 나는 것은 자이언츠 뿐이죠. 글쎄 어떡하면 좋을지…”하며 웃는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46). 연간 14조원 내외의 매출로 재계 서열 6위인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인물. 그에게 스포츠는 즐거운 오락이자 고독한 경영자의 심신을 단련해주는 수련장이다. 종종 직접 야구 필드에 나서기도 한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 스키 골프 등 스포츠라면 다 좋아한다고 했다. 점잖게 차려 입은 양복으로도 건장한 체격과 활달한 에너지가 가려지지는 않았다.

“일본사람들은 저를 야구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치바 마린스 구단주로 인터뷰를 몇번 한 데다 제가 일본 구단주들 중에서는 가장 젊거든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신 부회장이라 한국말을 잘 못하리라 생각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영국에서 사회 초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엎고 한국말이 유창한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롯데가의 가정교육은 엄한 듯했다. “요즘 2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곧장 아버지 회사의 이사가 되더군요.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10년간 다른 회사에서 평사원을 지냈습니다.”

부친인 신격호회장이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으므로 함부로 나서지 않고 말을 아끼는 것도 가정교육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 부회장은 사실 90년대 중반부터 롯데그룹의 신규 사업들을 진두지휘해왔다. 19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해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고 물류사업을 위해 롯데로지스틱스를 설립했다. 97년에는 롯데정보통신을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롯데닷컴과 무선 인터넷 콘텐츠업체 모비도비를 창립해 대표로 취임했다. 롯데 윤리강령선언을 주도하고 윤리위원장을 맡는 등 그룹내에서 조용하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사업에 관한 얘기로 들어가자 큰 그림부터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구체적인 자료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 세븐일레븐에서 김밥이 점포당 하루 20개씩 팔린다는 사실부터 금융업 진출 계획까지.

그러나 부실 기업 매각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롯데가 인수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만 한다”고 단언했다. 식품 유통 레저를 중심으로 관련있는 사업들만 해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는 롯데 기업문화가 다소 보수적으로 비친다고 하자 “공격적인 경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며 부도난 대기업들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80년대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하며 국제감각을 키운 그는 “식품이나 유통업도 국내 시장만 봐서는 안된다”며 “우리의 경쟁상대는 월마트나 네슬레”라고 말했다.

신부회장은 최근 롯데 오너 경영자로는 처음 전경련 회장단에 들어갔다. 그는 “제조업체들이 주류를 이루는 전경련에서 유통업계의 의견을 대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기업환경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규제가 많고 관료들의 마음에 따라 원칙이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신부회장의 개인적 소망은 무엇일까. “첫째 딸이 발레를 하고 있는데 일본 NHK 신년공연 ‘호두까기 인형’에 주연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살뜰한 부정(父情)을 보였다. 큰아들 유열군(16)은 경영자로 성장해야 하므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훈련에 교육의 중점을 두고 있다고.

▼신동빈 부회장은 누구

1955년 일본에서 출생

1977년 일본 아오야마대학(靑山學院) 경제학 부 졸업

1980년 미국 콜롬비아대학 경영학 석사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 입사

1982∼88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 근무

1988년 일본 롯데상사 입사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1997년∼현재 롯데 부회장 (코리아세븐 롯데닷 컴 모비도비 대표이사 겸임)

▽가족관계: 부인 마나미씨와 1남2녀

▽존경하는 인물: 소니 창업자 고 모리타회장. 독창적인 외길 경영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다.

▽경영철학: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만 화 려하게 포장하는 것을 멀리하고 내적인 충실 을 추구한다.

▽취미:클래식음악감상과 자동차운전

▽좋아하는 예술가:괴테와 모차르트

▽주량은:식사에 곁들여 와인을 하는 정도. 폭 탄주는 잘 못한다.

▽좋아하는 음식: 이탈리아 요리 특히 파스타

▽골프를 즐기며 핸디는 20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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