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북적 2차 생사확인 주윤종씨 南아들 철수씨

  • 입력 2001년 2월 9일 23시 50분


“아버님이 살아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어도 덜 힘들었을 거예요. 삶을 헤쳐나가기 어려울 때면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는 아버님이 원망스럽기만 했거든요.”

서울 용산구보건소 운영팀장인 주철수(周哲粹·55·서울 서대문구 홍은 3동)씨는 9일 오후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던 아버지 주윤종씨(77·황해북도 사리원시 신양동)가 북한에 살아있으며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전해듣고는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주씨는 아버지가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6·25전쟁 당시 서울 모 고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북으로 간 사실을 그동안 까맣게 모르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북으로 간 뒤 곧바로 재가했다가 86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당시 50세)는 물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너의 아버지는 죽었다”고 말해왔기 때문.

어린 나이에 부모가 없던 철수씨는 고난의 세월을 살아야 했다. 고향인 충북 괴산의 죽리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청주와 서울 등지에서 구두닦이 생활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서울의 모 야간중학교를 잠시 다녔지만 학비를 낼 수 없어 곧바로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노력한 끝에 71년 임시직이나마 공직에 들어갔고 77년에는 특별채용시험을 거쳐 정식 공무원이 됐다. 주씨는 현재 아내 정두선(丁斗善·50)씨와 2남 1녀를 두고 단란하게 살고 있다.

그는 “아버님이 오시면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주윤종씨의 사촌형 남종씨(88·충북 괴산군 증평읍 남하리)는 “사촌동생이 6·25전쟁 당시 북으로 간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죽은 줄 알았다”며 “몸이 조금만 덜 아팠어도 만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최호원기자·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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