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자살·폭탄 이어 살인 안내까지…갈 데까지 간 反인륜사이트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살인 사이트는 지난해 8월 국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인 홈페이지 형식으로 개설됐으며 방문 네티즌 수가 3만명을 넘었다. 이 사이트 개설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살인이라는 행위에는 어떤 반도덕적 의미도 들어있지 않다. 단지 (사회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살인자에 대해 광분하지 말자. 누군가 그랬다. 한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고 수만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고. 나는 오늘도 살인이라는 행위의 전지전능함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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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트에는 전세계 연쇄살인범에 대한 소개와 수법 및 살인에 관한 각종 뉴스 등이 자세히 설명돼있다. 또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 “킬러가 되는 게 꿈인데 방법을 알려달라” “친구를 잔인하게 죽이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사람을 죽이면 어떤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등에 관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고 있다.

또 “내 생각을 그대로 실천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사정상 못하는 일을 대신해준다”며 ‘청부살인’을 암시하는 듯한 글도 있다. 또 “총을 구하고 싶다”는 글과 “내가 구해주겠다”며 자신의 E메일 주소를 공개한 한 네티즌의 글도 발견됐다.

이런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의견을 표시하는 네티즌들은 생명을 전혀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한 네티즌은 살인 사이트에 “인간의 가치가 별거냐. 몇 개의 단백질과 수분은 단순한 화학적 물질가치로 계산하면 506원에 불과하다. 내 손에 있는 500원을 하수구에 버리려 하는데 누가 만류하는가”라고 노골적으로 생명을 비하했다. 이와는 별도로 살인장면 등이 찍힌 동영상이 제공되는 소위 ‘잔혹 사이트’는 셀 수도 없을 정도. 실제 살인장면을 보여준다고 광고된 한 잔혹 사이트에는 살인자가 한 젊은이의 얼굴을 구두로 짓누른 후 목을 칼로 찌르는 동영상,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의 머리에 살인자가 총을 쏘는 동영상 등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를 본 네티즌들은 “너무 시시하다. 운영자는 더 새로운 것을 찾도록 노력해라”“나 같으면 그렇게 안 죽인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는 게 더 고통을 준다”는 글을 올리며 한술 더 뜨고 있다. 미국 서브를 이용하는 소위 이들 잔혹 사이트는 경찰이 추산하는 것만도 100여개가 넘는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김성이(金聖二)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폭력과 살상을 당연시하는 사이버세계에 몰두하면서 생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며 “반인륜적인 이들 사이트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지도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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