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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6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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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전국에 내린 기습 폭설로 홈팀 골드뱅크의 버스가 여수체육관에 ‘지각 도착’, 한국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점프볼이 30분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일어났다.
6일(한국시간)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필라델피아에는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세찬 눈보라가 몰아쳤다.
원정팀인 덴버 너게츠의 구단버스가 경기장인 퍼스트 유니온 센터에 몇분 늦게 도착한 것은 이해할 만 했다. 정작 문제가 된 것은 홈팀인 필라델피아 선수들.
평소처럼 집에서 ‘꾸물꾸물’대며 여유를 부리던 선수들은 기상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경기장을 향했다. 하지만 급한 마음과는 달리 그들을 태운 자동차는 ‘엉금엉금’ 거북이 걸음. 결국 제시간에 도착한 선수는 불과 몇명에 불과했고 경기는 1시간이 지난 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의 래리 브라운 감독은 경기시작 이후에도 안절부절했다.
팀의 핵심인 ‘주포’ 앨런 아이버슨과 포인트 가드 애론 맥키가 ‘팁오프’를 채 5분도 남기지 않고 도착, 워밍업도 못하고 경기에 투입됐기 때문.
하지만 브라운 감독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버슨(37득점)이 처음 4개의 슛을 모두 성공시키는 등 1쿼터서만 16점을 쏟아 부으며 ‘펄펄’난 것.
1쿼터를 31:17로 크게 앞선 필라델피아는 ‘지각’을 만회하려는 듯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인 아이버슨과 생에 3번째 ‘트리플 더블’을 아깝게 놓친 맥키(11득점·10어시스트·8리바운드)가 조화를 이뤄 덴버를 99:80으로 물리쳤다. 2연패를 벗어난 필라델피아는 36승 13패를 기록하며 NBA 전체승률 1위를 굳게 지켰다.
반면 덴버는 이번시즌 원정경기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다시한번 노출시켰다. 홈에서 20승 6패의 빼어난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덴버는 대문밖만 나서면 힘을 잃어 7승 16패에 그치고 있다.
데뷔 이후 처음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안토니오 맥다이스는 NBA 1위인 36번째 더블더블(28득점·13리바운드)을 작성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에어 캐나다’빈스 카터가 복귀한 토론토 랩터스는 보스턴 셀틱스의 7연승을 저지했다.
무릎부상으로 3경기만에 코트에 등장한 카터는 6일(한국시간) 열린 2000-2001시즌 북미프로농구(NBA) 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29점을 쏟아넣으며 토론토의 110-98,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카터가 없는 동안 2연패했던 토론토는 연패탈출에 성공하며 25승23패로 중부지구 2위를 지켰고 보스턴은 연승 행진을 6에서 마감해야 했다.
카터는 언제 부상이 있었느냐는 듯 여느때처럼 화려한 고공농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코트를 휘저었고 토론토가 3쿼터에서 84-70으로 여유있게 앞서나가자 4쿼터에서는 벤치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했다.
카터는 "올스타전에 출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