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대차 해고·휴직자들 '무직 수기집' 감동

  • 입력 2001년 2월 1일 00시 42분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정갑득)가 지난 98년 8월 정리해고되거나 무급휴직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체험수기 31편을 모아 ‘벼랑 끝에서 본 하늘’이란 책을 최근 펴냈다.

이 책에는 정리해고자(277명)와 1년6개월간의 무급휴직자(2200여명), 그리고 이들의 가족들이 회사에서 쫓겨난 뒤 청소부와 날품팔이 등을 하면서 힘겹고 가슴 아팠던 삶의 현장이 그대로 담겨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우수작에 당선된 의장1부 임갑식(36)씨는 수기에서 “무급휴직 대상자 통보를 받고 한동안 억울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으나 나는 새벽 2시부터 시작되는 녹즙 배달을, 아내는 빌딩 청소부로 취직했다.대기업 사원의 부인이 빌딩 청소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파김치가 돼 퇴근해 잠든 아내를 볼 때마다 보니 눈물이 흘려내렸다”고 회고했다.차체3부 심남수씨(33·우수상)는 “무급휴직을 당한뒤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부산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한뒤 부산대 앞에게 계란빵 장사를 했다”며 “원가도 건지기 어려웠던 계란빵 장사를 하면서 ‘깨끗한 물에서 자란 콩나물보다는 흙탕물에서 자란 연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다”고 밝혔다.

정갑득위원장은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거리를 헤매는 노동자들에게 아직 쫓겨나지 않고 남은 자로서 부끄럽지만 이 수기집을 펴냈다”며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수기집 300권을 펴냈으며 노동자의 삶을 이해시키기 위해 각 노동단체는 물론 회사 경영층에도 전달할 계획이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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