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펜싱 광 일러스트레이터 김자연씨

  • 입력 2001년 1월 30일 18시 45분


‘붓과 칼.’

그녀가 어릴 적부터 여태 사는 곳은 바로 서울 종로구 세검정. 조선시대 군사들이 칼을 씻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정자가 있는 곳이다. 그런 사연을 지닌 동네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프리랜서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자연(25)씨. 흔하지 않은 여성 펜싱 동호인이다. “남들이 쉽게 못하는 것을 일부러 찾아다녔어요.”

김씨가 처음 펜싱을 접하게 된 때는 고려대 미술교육과에 입학한 95년 봄. 대학 새내기로 가입할 동아리를 찾다가 우연히 교내 체육생활관에서 펜싱실을 발견, 인연을 맺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운동이었고 순백색 펜싱복에 마음이 끌린 것. 당시 펜싱부에는 몇 년째 여학생 회원이 전무한 실정이라 홍일점으로 선배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처음에는 힘든 나날이었다. 3개월 동안은 칼 근처에도 못 갔다. 인사 동작, 균형 잡기, 스텝 등 펜싱의 기본을 익히느라 온몸이 뻐근했고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기대했던 영화 ‘삼총사’의 멋진 결투 장면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기본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서 점차 펜싱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상대편을 칼로 찌를 때 느끼는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여자 연습 상대가 없어 번번이 성대결을 벌여야할 처지. 남자들과 싸우다보니 힘은 들지만 오히려 실력 향상에 도움이 많았다는 게 그녀의 얘기. 워낙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라 강한 파트너와 맞설 때 더 재미를 느꼈다. 전공인 미술 작업은 걸러도 펜싱 훈련만큼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주종목인 플뢰레(얼굴을 제외한 상체만 공격)로 대학서클대항전과 아마추어 대회에도 출전, 실력을 겨뤘다. 칼날에 찔려 왼쪽 팔뚝에 생긴 반달 모양의 흉터도 명예스런 훈장쯤으로 여겼다. 고등학교 때 합기도로 신체를 단련한 그녀는 펜싱과 함께 6개월 동안 유도를 배워 주위에서 ‘종합무술인’으로 통한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격투기를 익혔다.

학창 시절 거의 매일 칼날을 휘두른 그녀는 지난해 졸업 후에도 일주일에 한차례 학교를 찾아 2시간 이상 땀을 흘리고 있다. 후배들과 섞여 목청껏 기합을 넣다보니 집중력도 생기고 활기도 찾았다. 전공을 살려 동화책 일러스트 등을 그리고 있는 김자연씨는 요즘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으며 아마추어 극단에서 배우로 몇 차례 무대에 오르는 등 펜싱으로 기른 체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m65, 49㎏의 균형 잡힌 몸매를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 김씨는 “몸과 마음에 모두 보탬이 되는 펜싱을 평생 즐기고 싶다”며 예찬론을 폈다.

펜싱 배우려면…

“칼싸움 정도로 알고 시작하면 큰 코 다칩니다.”

펜싱은 겉보기와 달리 운동 강도가 높아 건강을 지키고 다이어트에도 효과 만점이며 집중력을 길러 줘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마니아들의 설명.

펜싱으로 30분 정도 땀을 뺄 경우 같은 시간 5㎞ 가량을 쉬지 않고 뛴 것과 비슷한 운동 효과가 있다는 것.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게 돼 처음 배울 때는 애를 먹기 십상이다.

펜싱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김영호가 금메달을 따면서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으나 저변이 워낙 좁아 일반인이 접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편.

일반 동호회는 연세대 펜싱부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는 아남펜싱클럽(02―713―8211)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스모 스포츠 빌클럽(02―3484―7800) 등 2개가 있다.

아남의 월회비는 3만원이며 연세대 체육관에서 초보자 레슨, 대회 출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코스모에서는 연회비 198만원을 낸 회원의 경우에는 월 3만원, 비회원은 7만원을 내면 펜싱에 입문할 수 있다.

장비는 펜싱화(5만원) 도복(10만원) 장갑(2만∼3만원) 등을 우선 장만해 기본을 익힌 뒤 칼(10만원) 마스크(10만∼15만원) 등은 차차 구입하면 된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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