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박물관에 가면 조선시대 잠녀(潛女·해녀)에 대해 읊은 한시를 볼 수 있다. 의금부 도사로 죄인을 잡으러 제주에 왔던 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남긴 시다.
시에는 조선시대 제주의 풍속과 해녀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해녀의 채취 도구인 ‘호맹이’나 수확물을 담는 ‘망사리’, 물 위에서 쉴 때 몸을 의지하는 ‘태왁’이 호명됨은 물론이고, 물질 방식과 습관까지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다만 시인의 눈에는 해녀의 헐벗은 모습이 거슬렸던 듯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과거 해녀들은 요즘과 달리 전신을 가리는 고무 잠수복이 아니라 ‘소중의’(小袴)라고 부르는 간단한 물옷만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인이 관심을 보인 것은 해녀가 물속에서 나와 토해내는 휘파람 같은 숨소리였다. 이를 ‘숨비소리’라고 하는데, 시인은 이 구슬픈 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제주에서 쓴 다른 시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上弦’ 여덟 번째 수). 이 숨비소리를 고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2016년)에서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다. ‘물숨’은 해녀들의 물속에서의 호흡을 일컫는 말인데, 영화는 타고난 숨에 따라 계급이 결정되는 해녀들의 욕망과 희로애락을 애정 어린 시각에서 조명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에서 바닷속에서 나온 해녀가 휘파람 소리 같은 숨비소리를 토해내는 모습.
아트서비스 제공영화를 보노라면 한시에 포착된 18세기 해녀의 삶이 오늘날 해녀들로 이어지며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시가 진상품 채취에 목숨을 건 해녀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면, 영화는 바다로 출퇴근하는 해녀들의 삶을 오랜 기간 관찰하며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해녀들은 자신의 숨만큼만 머물며 자연이 주는 만큼만 가져온다고 한다. 해녀들이 몸으로 써 내려간 이 오래된 불문율은 이방인 시인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시가 읊은 해녀의 숨비소리는 제주 출신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야 비로소 육화(肉化)될 수 있다. 이젠 사라져가는 해녀의 역사를 한시로 읊고 영화로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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