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대출 담보 확인-구리 생산량 예측… ‘우주 금융’ 경쟁

  • 동아일보

중국 은행 3곳 자체 위성 띄워
데이터 분석해 농지 대출 산정
인도에선 6년전 가장 먼저 활용
유럽, 금융 전용 위성 플랫폼 계획

최근 전 세계 금융권에서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성을 선택하고 있다. 위성을 통해 대출 심사 시 담보물을 확인하거나 구리, 원유 등 재고량을 파악해 관련 기업의 여신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위성을 ‘하늘에서 보는 실시간 회계 장부’처럼 활용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우주 경제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우주 금융’에 대한 투자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8일 항공우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은행들이 자체 위성을 발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상업은행(CMB)은 지난달 중국 산둥성 인근 해상 발사장에서 중국의 우주 스타트업 갤러틱에너지의 발사체 ‘세레스-1’을 이용해 ‘CMB 진쿠이(Jinkui·金葵)’ 위성을 발사했다. 진쿠이 위성이 실린 세레스-1에는 또 다른 중국 은행인 상하이푸둥개발은행(SPDB)의 첫 위성도 함께 실렸다. 이로써 중국에서만 핑안은행을 포함한 세 곳의 은행이 자체 위성을 쏘아 올렸다.

● 오지의 땅속까지 샅샅이 분석하는 위성

중국 은행들이 거금을 들여 자체 위성을 쏘아 올리는 이유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대출 규모를 산정하는 데 위성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 분야가 바로 농업 분야다. 지금까지는 농지 담보 대출의 한도를 책정하려면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사람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했다. 이제는 위성이 보내주는 실시간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올해 수확량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인도의 ICICI 은행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농지 담보 대출에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구의 약 절반이 농업에 종사하는 인도에서는 여전히 농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 이 은행은 2020년부터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인도 전역의 신규 농지 대출에 위성 데이터 기반의 신용 평가 보고서를 활용하고 있다. ICICI 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강수량, 기온, 토양 수분 상태, 작물 건강 상태 등 40여 가지 지표를 활용해 토지와 수확량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이는 보험사에도 유용한 정보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위성 데이터로 토양의 수분 상태를 점검하는 ‘토양 수분 지수’를 개발해 보험금 지급에 활용하고 있다. 가령 가뭄의 경우 ‘이 지수가 과거 10년 평균 대비 30% 이하로 2주 이상 지속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와 같은 구체적인 조항을 넣는 식이다.

● 전 세계 원자재 공급망 가시화

세계 원자재 공급망을 예측하는 데에도 위성이 활용되고 있다. 전기차, 데이터센터 등 주요 산업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산업의 혈관’ 구리의 생산량도 추적이 가능하다.

영국의 위성 데이터 기업 ‘어스아이(Earth-i)’는 전 세계 약 100개국에 있는 1000여 개 구리 제련소를 위성으로 매일 관측해 구리양을 예측하는 ‘서번트(SAVANT)’ 서비스를 제공한다. 열적외선 위성이 구리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측정해 제련소의 가동률을 추산하는 방식이다. 제련소 밖에 쌓인 원자재 더미의 부피 변화, 공장 주변의 물류 차량 이동량 등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구리양을 예측한다. 원자재 트레이딩을 벌이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이 회사의 주요 고객들이다.

이렇듯 금융에서 위성의 역할이 중요해지자 유럽에서는 지난해 11월 ‘우주를 통한 금융(Space for Finance)’이라는 이니셔티브도 출범했다. 룩셈부르크 우주국(LSA)과 유럽투자은행(EIB)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이 조직은 금융 전용 위성 분석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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