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실리콘벨리 단전 자구책]전력 위기 충격파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0분


일시 단전사태까지 빚어졌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공급난으로 미 신경제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가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주류를 이루는 첨단기술업체는 컴퓨터 인터넷 복사기 팩스 등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전기가 끊기면 거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속도와의 싸움’을 하다시피 하는 이들에게 1∼2시간의 단전은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진다. 공급제한조치가 언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보름 가까이 지속되면서 실리콘밸리의 근로자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지역에서 마케팅 자문을 맡은 로잔 시노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팔을 잃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E메일 팩스 등 24시간 공급되던 디지털 정보가 갑자기 끊기자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제조업 협회는 17일 캘리포니아주가 사상 처음 실시한 공급제한 조치로 10만명의 근로자가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나 랩톱, 팜톱 컴퓨터 등 별도의 충전 배터리로 가동되는 제품의 도움을 받아 기본적인 업무만 처리했다.

주정부가 전력난 해소를 위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해 전력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자구책을 마련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자가 발전기를 구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인터넷상에 음악파일을 제공하는 회사인 레드우드 시티 등 일부 기업체는 사무실이 자연 채광상태가 나쁘자 햇빛이 잘 드는 인근 커피숍을 임대해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생산설비를 전력난이 해소될 기미가 없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본격화된 캘리포니아주의 전력난은 29일도 계속돼 언제 전력 공급 제한조치가 발동될지 모르는 상태다. 현재 전력예비율은 각 전력공급회사가 지역별로 1시간∼1시간 반 동안 전기공급을 일시 중단하게 되는 1.5% 수준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17일 내려졌던 전력 공급 제한조치는 미 캘리포니아주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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