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명장' 히딩크- '명마' 고종수 멋진궁합

  • 입력 2001년 1월 28일 00시 03분


거스 히딩크 감독(55)과 고종수(23·수원 삼성).

두 사람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연’이 있다.

98프랑스월드컵 한국―네덜란드전. 고종수는 후반 왼쪽 날개로 교체 투입돼 펄펄 날면서 세계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고종수의 ‘깜짝 플레이’를 네덜란드대표팀 사령탑으로 벤치에서 유심히 지켜봤던 은발의 신사가 바로 히딩크 감독.

2년6개월여가 흐른 뒤 고종수는 뜻밖에도 ‘적장’이었던 히딩크 감독의 지휘봉 아래 방황을 끝내고 대표팀에 복귀했다. 포지션도 붙박이였던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라 네덜란드전 때처럼 왼쪽 미드필더였다.

‘명장’과 ‘명마’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일까. 고종수는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할 때보다 훨씬 폭넓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짧은 기간에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울산 전지훈련때부터 연습경기의 어시스트를 도맡아 해내던 그는 히딩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24일 홍콩 칼스버그컵 노르웨이전에서 팀의 선취골을 넣은데 이어 27일 파라과이전에서도 선취골을 기록, 히딩크호 첫 승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고종수의 수비력도 파라과이전에서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히딩크 감독도 선수들을 번갈아 기용하며 주전을 찾고 있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왼쪽 날개 자리만큼은 고종수에게 일임해 굳은 신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두사람의 ‘궁합’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왜일까.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대표팀 감독 시절 힘의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왼쪽 날개만큼은 1m73, 72㎏으로 체구는 작지만 발재간이 뛰어나고 패스능력이 뛰어난 오베르마르스(잉글랜드 아스날)를 기용, 경기를 풀어나가는 지렛대로 활용했다. 1m76, 70㎏으로 역시 몸집은 작지만 개인기와 함께 왼발잡이의 장점을 갖췄고 볼배급 능력이 남다른 고종수가 히딩크 감독이 그리는 왼쪽 날개역에 딱 들어맞은 것은 불문가지.

물론 히딩크 감독의 눈에 고종수가 흡족한 것은 아니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고 전광석화같은 중거리 슈팅력까지 갖춘 오베르마르스에 비해 보완해야할 점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 지휘봉아래서 화려한 어시스트와 함께 연속골 행진을 벌이고 있는 고종수의 상승세는 분명 히딩크 감독의 믿음에서 나오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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