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4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4일 모스크바 시내 ‘유대인 공동체 센터’ 개원식에 참석한 그는 불쑥 ‘어느 유대인 가정’의 얘기를 꺼냈다. 남편이 집안에서 벌거벗은 채 넥타이만 매고 돌아다니자 부인이 이유를 물었다. 남편은 “집에서는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부인이 “넥타이는 왜 맸느냐”고 묻자 남편은 “갑자기 손님이 올까 봐서”라고 응수했다는 것. 이 익살에 유대교 랍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 유대인센터가 너무 편안해 넥타이를 풀어야 할 것 같아서 농담을 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내 유대계는 마치 ‘새 러시아’처럼 부흥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러시아내 유대계는 소수지만 금융과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푸틴 집권 후 유대계 재벌인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모스트그룹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는 등 한때 유대계와 갈등이 있었다. 이런 사정도 있어 푸틴 대통령의 이날 농담은 유대계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라는 해석도 있다. 과거 악명높았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에다 체첸 공격을 주도해 ‘터미네이터’란 별명이 붙을 만큼 강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인간적인 면모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여론조사 기관인 VCIOM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76%가 푸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만족한다고 응답, 지지도가 지난해말 68%보다 더 높아졌다.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임기말 10%이하의 지지도를 기록했던 데 비하면 푸틴 대통령은 인기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