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댁의 남편 아침 식사는?

입력 2001-01-15 14:09수정 2009-09-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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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케이블TV를 보는데 옥수동 요리 선생으로 유명한 심영순 여사가 나오셨더군요. '오늘의 요리'같은 뻔한 요리만들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심영순의 요리 인생을 논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평생 요리에 몸바치다니 그런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저는 '저 아줌마는 어쩌다 저렇게 요리를 좋아하게 됐을까?" 궁금한 마음에 열심히 봤지요.

뭐, 그 연배의 다른 요리 선생님들처럼 처녀적부터 요리에 조예가 깊은 가정에서 자라 손님초대를 거듭하며 요리솜씨가 일취월장했다더군요. 근데 제가 쇼크받은 건 여사님의 요즘 주부들에게 주는 충고 때문이었답니다. "요즘 아침을 굶고 다니는 가장들이 많다는데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 아침을 안 줄 수가 있냐...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요리의 기본이다..."그런 내용이었는데요. 남편 아침 챙겨준 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저는 정말 머쓱해져서 "이거 남편이랑 봤으면 큰일날 뻔했네..."했습니다.

남편의 아침 챙겨주기. 어찌보면 주부의 당연한 의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침잠이 많은 저같은 주부에겐 영원한 숙제죠...게다가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토스터에서 갓 튀어나온 잘 구워진 토스트, 스크램블에그와 베이컨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그림같은 아침식사는 저희 집에선 그저 TV 드라마에서나 구경함직한 호사거든요. 저희 신랑으로 말하자면 "빵도 싫다, 시리얼도 싫다, 밥과 국을 달라!" 이런 순수 토종 한국남자...새벽부터 5첩 반상을 차려내라니 어느 주부가 곱게 "네, 서방님∼"하겠냐구요.

그렇지만 심영순 여사의 말씀을 듣다보니 남편을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그까짓 아침, 준비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곰탕! 한번 끓이면 며칠은 넉넉히 먹을 수 있고 파와 소금, 맛있는 김치만 있으면 따로 반찬이 필요없으니까 아침에 간단히 먹을 수 있겠더라구요.

곰탕을 끓이겠다고 백화점에 가보니 아예 곰탕 세트가 있더군요. 뼈만 넣고 끓이는 것보다 양지나 사태를 같이 끓이는 게 누린내도 덜하고 맛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꼬리뼈 또는 잡뼈와 사태를 같이 포장해서 파는 것이었죠. 정말 놀라운 상술이여∼하긴 이 훈과 그 아내가 나와서 "따로 고을 필요 없어요..."하는 세상이니까요. 아무튼 제 딴에는 거금을 주고 마련한 곰탕거리. 망치지 않고 잘 고으려면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우선 찬물에 뼈를 넣어 핏물을 쫙 빼줘야 해요. 핏물을 덜 빼면 탕을 끓일 때 핏물이 빠져나와서 색이 누리끼리해진대요. 또 첫 번째는 살짝 끓여서 버리고 다시 한번 물을 부어 끓여주면 색도 뽀얗고 깨끗해진대요. 처음 끓인 건 색이 좀 거무튀튀하더라구요. 그리구 끓일 때 무나 대파, 양파를 넣어주면 고기의 누린내가 없어진답니다.

요즘처럼 추울 때 뜨거운 곰탕에 송송 썬 대파를 듬뿍 넣고 밥을 말아먹으면 정말 든든하고 따뜻하겠죠? 아, 빨리 월요일 아침이 돼서 우리 남편, 곰탕 먹여 출근시키고 싶네요...

***든든하고 따뜻한 곰탕 만드는 법***

재 료 : 꼬리 또는 잡뼈 1kg, 사태나 양지 300g, 물, 무, 대파

만들기 : 1. 뼈와 사태를 찬물에 2, 3시간 담가 핏물을 뺀다

2. 뼈의 2배 정도 물을 부어 끓인다

3. 처음 끓인 물은 따라버린다

4. 뼈의 3배 정도 물을 붓고 끓인다

5. 물이 끓으면 무나 대파를 넣어 무가 살캉해질때까지 끓인다

6.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끓여준다

7.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송송 썬 대파와 함께 낸다

PS. 곰탕을 끓이고 난 후 뼈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놀랍게도 이 뼈들은 두세번 다시 끓여먹어도 된대요. 그야말로 "recycled 곰탕"이 되겠죠? 마지막 꼬리뼈까지 인간에게 바치고 가는 착한 소들을 위해서라도 곰탕은 알뜰하게 먹여야겠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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