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순매수는 당분간 지속

  • 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38분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11일 옵션 만기일 때문에 빚어진 순매도 ‘반전’은 12일 2668억원 순매수로 하루만에 막을 내렸다. 연초부터 무려 2조원을 국내 증시에 쏟은 셈이다.

일단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악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해외 뮤추얼펀드로 돈이 유입되면서 국내 투자여력이 늘어나고 있고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 당분간 계속된다〓미국 AMG데이터에 따르면 4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주식형 펀드에 55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가장 규모가 큰 인터내셔널펀드에 14억 달러가 늘어났고 글로벌 이머징마켓펀드에도 1억7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이들 펀드의 현금 비중이 5% 안팎에서 8% 이상으로 확대된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 증시로의 투자여력은 더욱 늘어난 셈”이라며 “당분간은 외국인 자금유입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펀드 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일본의 장기불황 등으로 최근 이머징마켓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한국 증시는 돈을 쏟아부어 유동성 장세를 만들기에 적합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과장은 “연초 이후 상승장은 글로벌 이머징 마켓의 동반 상승장”이라며 “이는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의 돈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헤지펀드라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외국인 돈에 대해 단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헤지펀드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주의를 당부했던 증시 전문가. 하지만 그도 최근에는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돈이 헤지펀드적 성격을 갖더라도 목표수익률을 초과 달성할 수 있다면 당분간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의 매도 타이밍을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에는 국내 증시만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일반 뮤추얼펀드 자금과의 차별성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엔화 약세로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보증권 임송학 수석이코노미스트는“현재 달러 당 118엔 대인 엔달러 환율이 125엔 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일본의 낮은 금리로 엔화를 차입해 달러로 바꾼 뒤 이를 한국 증시 등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종목 사들이나〓연초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금융주 등에 집중됐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기는 최근 업종 대표주로 확산되는 추세. 그동안 과도한 시장 리스크로 실적에도 불구하고 낙폭이 컸다는 이유가 관심을 종목으로 뜨는 이유다. 금융주는 오히려 매도 분위기. 환율 인상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삼성SDI도 지난주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수 공세를 받았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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