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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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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금 명목 유용 가능▼
▽국정원의 예산관리〓2급 비밀로 분류된 국정원 예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통상적으로 공개되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가 대부분이어서 전용이나 유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 99년엔 2200억원 정도였다.
둘째, 기획예산처(과거에는 재정경제부) 예비비 중 국정원이 가져다 쓸 수 있는 이른바 ‘국가안전보장 활동비(99년 4230억원)’라는 게 있다. 다른 부처는 예비비를 신청할 경우 세부 항목까지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받지만 국정원의 경우는 총액만 인준을 받는다. 전용이나 유용 가능성이 가장 큰 예산항목이다.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재경부 예산이란 것도 바로 이것을 말한다.
셋째, 국방부 통일부 경찰 등 각 부처에 할당되는 예비비다. 하지만 이 돈은 국정원이 직접 쓰는 돈은 아니다. 각 부처가 안전보장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조정할 수 있는 ‘예산 조정권’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국정원이 각 부처의 예비비를 깎아 국정원 예산으로 끌어다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통치자금’이란 명목으로 국정원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 것은 총액개념으로 결산이 이루어져 세부 항목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예산전용 여부는 전적으로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돈 못받아 손댄듯▼
▽‘통치자금’ 조성과정〓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안기부 예산을 ‘통치자금’으로 쓰는 게 관행이었다. 대통령의 ‘하사금’도 일종의 통치자금이었다. 90년 3당 합당 때도 거액의 통치자금을 주고받았다는 설(設)이 무성했다.
하지만 총선이나 대선 등의 선거자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안기부장이 기업을 통해 조달해온 것이 관례였다.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13대 대선 당시 모 안기부 책임자에게 대선자금 모금을 지시했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대기업 사주들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다.
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이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유용한 것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정치자금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데서 기인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구여권 인사들이 급한 김에 안기부의 예산에 손을 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