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동아사이언스]투표지에 숨어있는 거울대칭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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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는 최근 선거개표작업에서 인간과 기계 중 어느 쪽이 더 정확한지 사이버 투표를 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의 59%가 인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어가 반길만한 뉴스죠.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투표용지에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 권위 있는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카운티와 같은 모양의 투표용지로 캐나다에서 모의 투표를 했더니 투표자의 20%가 실수를 했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습니다.

플로리다에서는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어 기표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지역의 경우 후보들의 이름들이 왼쪽과 오른쪽에 두 줄로 적혀있고 가운데 구멍을 뚫는 원들이 나 있어 자칫하면 옆줄의 다른 후보를 잘못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고어의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이런 실수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표 도장으로 원하는 후보를 찍는 방식이어서 투표용지를 접는 과정에서 처음 찍은 후보의 인주가 다른 후보에 똑같이 묻어 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95년 지방선거 이후 원 안에 복(卜)자가 들어 있는 기표용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후보와 겹치게 투표용지를 접어도 둘 중 하나는 사선의 방향이 거울에 비춘 모양이 될 것이므로 구별이 가능합니다.

이 기표 도장에 사용된 원리는 과학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화학물질 가운데 오른손, 왼손처럼 두 가지 형태의 거울 대칭을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광학이성질체라 불리는 이 물질의 결정이나 용액에 편광을 통하면 편광면의 회전 방향이 좌, 우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그 외 물리화학적 성질은 모두 같습니다.

그런데 생체에 대한 광학이성질체의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광학이성질체의 한 종류인 케타민은 한쪽은 진통제로 쓰이지만 다른쪽은 독극물입니다. 또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도 광학이성질체여서 한쪽은 단맛이 나지만 다른 것은 쓴맛을 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거울 대칭 관계에 있는 두 화학물질 중 유용한 것만을 분리·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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