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나도 부자될 수 있을까?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9분


나는 ‘부자가 될 소질’이 있는가?

현재 소질이 없다면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할까. 돈을 얼마나 더 벌어야 하는가. 현재 나의 저축 규모는 적당한가.

이런 궁금증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는 셈법이 있다.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나이(Age)의 법칙’을 이용해보자.

▽부자 판별법〓의외로 간단하다.

“세금을 내기 전의 연간 가구총소득에다가 자신의 나이를 곱하고 다시 10으로 나눠라. 그 결과 나온 수치가 부자 판별의 기준이 되는 동년배의 평균 순자산(자산―부채) 규모다. 당신의 순자산이 이 수치의 2배 이상이라면 부자다. 50% 미만이라면 가난하다고 볼 수 있다.”

세전 가구총소득은 연봉 금리소득 임대소득 등 모든 실현된 소득을 합한 연간소득. 하지만 유산으로 물려받은 재산이나 거기서 나오는 소득은 제외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자’는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목표다. 부부의 나이가 서로 다를 때는 경제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의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맞벌이라면 부부의 나이를 단순평균해서 적용한다.

▽활용 방법〓첫째, 내 처지를 알 수 있다.

35세 동갑내기 맞벌이 부부의 연봉 합산액(이자소득 등 기타 소득 포함·이하 같음)이 5000만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기준값은 5000만원×35÷10〓1억7500만원. 자산으로 △전세보증금 8000만원 △은행 저축 4000만원 △동산 등 기타 자산 4000만원을 갖고 있고 빚은 500만원이라면 순자산〓(8000만원+4000만원+4000만원)―500만원〓1억5500만원. 순자산이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의 평균보다 다소 적다.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가난해질 가능성이 크므로 분발해야 할 상황이다.

둘째, 나이와 연봉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비교할 수 있다.

A씨와 B씨는 40세 동갑으로 각각 자기 가정의 유일한 가구소득원이라고 치자. A씨는 연봉이 4000만원인데 순자산이 2억원이고 B씨는 연봉이 8000만원, 순자산 3억원이라고 하자. 누가 더 부자될 소질이 많을까? 뭐라고 딱히 단정짓기가 어렵다.

하지만 위의 셈법에 따르면 A씨가 더 부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A씨의 순자산 기준값은 4000만원×40÷10〓1억6000만원. A씨는 기준치보다 순자산이 4000만원 많다. 반면 B씨의 경우 순자산이 기준값보다 2000만원 적기 때문이다.

셋째, 이 셈법은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자산을 모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37세의 회사원 C씨. 지금 연봉이 3700만원인데 3년 후 연봉이 4000만원으로 오르고 현재 그의 순자산이 딱 기준값인 1억3690만원이라고 하자. 그가 3년 후에도 동년배의 평균 이상의 부를 유지하려면 앞으로 적어도 2310만원(1억6000만원―1억3690만원)어치 자산을 더 불려야 한다.

▽시사점〓이 셈법은 소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소득을 재산으로 제대로 굳히고 있느냐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사람보다는 적게 벌더라도 훨씬 적게 쓰고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 셈법에 따르면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남다른 노력 없이는 부자가 되기 어렵다. 늦깎이 직장인들은 돈은 뒤늦게 벌기 시작하지만 돈 쓸 일은 학교동창들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 자기 동년배보다 더 열심히 벌고 훨씬 더 아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나이의 법칙’은 보통 25세에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65세에 직장에서 은퇴하는 미국의 경우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서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준값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25∼30세에 미국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해 미국보다 이른 55∼60세에 은퇴한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이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되면서 은퇴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젊었을 때는 이 셈법에서 나오는 기준값보다 오히려 더 많이 자산을 쌓아둬야 하는 처지다.

이 셈법을 우리 사정에 맞게 소개한 네오머니에셋투자자문(www.neomoney.co.kr) 홍성민 차장은 “고객들의 반응을 들어본 결과 기준값은 적게 쓰고 열심히 모으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면서 “중요한 것은 평균 이상이라는 데 만족하지 않고 부자가 되기 위한 나름의 재테크 마인드와 요령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가지 요령으로 월급이나 소득이 한단계 오르는 시점에서 소비가 뒤따라 늘어나기 전에 저금통장을 더 만들거나 저축 액수를 늘릴 것을 권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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