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남성잡지에서 튀는 발레만화<스바루>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6시 19분


폭력과 섹스, 청춘물 일색인 남성 만화잡지에 '발레'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만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부터 준성인잡지 <부킹>(학산문화사)에서 연재중인 소다 마사히토의 <스바루>.

일본 현지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스바루>는 '춤'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린 소녀 스바루가 역경을 이기고 전설적인 무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다. 국내에서 발간된 단행본 1권은 출간되자마자 신간 베스트 10에 들기도 했다.

과연 남학생들이 발레리나를 꿈꾸는 한 소녀의 이야기에 관심이나 가져줄까? 이런 의문은 만화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발레' 같은 고급스런 취미생활은 여자애들만의 얘기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이 만화는 발레를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깡패들이 싸움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그 세계에서 최고가 되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스바루도 춤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삶의 의미를 얻는 것이다.

<스바루>는 쌍둥이 남동생을 병으로 떠나 보낸 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춤'이었음을 깨달은 소녀의 성장과정을 치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과정은 스바루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고난인데 처음 춤을 추기 시작한 게이바에서 맞닥뜨리는 어른들의 냉소를 딛고 일어서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와 모략은 남성만화 못지않다. 스바루의 초등학교 친구이자 최대 경쟁자인 마나는 자신보다 더 재능있어 보이는 스바루에게 질투를 느껴 사사건건 방해공작을 펼친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춤뿐. 스바루는 동생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자신의 춤 속에 승화시키고, 춤추는 동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언젠가 자신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괴로움을 견딜 수 있다.

<출동! 119 구조대>로 알려진 작가 소다 마사히토의 그림체는 세련되지 않지만 스토리의 감정표현이 뛰어나 '드라마 같은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하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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