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지러운 현대건설 해법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9시 13분


현대건설이 1차부도를 낸 지 보름이 더 지났는데도 사태의 근본 수습책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대우자동차는 이미 부도 후 법정관리가 신청됐기 때문에 왜 이들 두 개의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법이 달라야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국민은 바로 이처럼 석명치 못한 정부의 2중적 행태 때문에 현대건설 처리방향에 더욱 의문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른바 자구안이란 것을 내놓겠다고 한 지는 열흘이 더 지났다. 주거래은행이 시한이라고 못박아 독촉을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재정경제부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이 서슬 퍼렇게 자구안의 내용까지 주문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구안은 아직도 이 사람 하는 말 다르고 저 기관 하는 말이 다른 설왕설래 속에 세월은 이미 시한을 넘어 한참 흘러가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자구안을 당당하게 내놓지 않고 시중에 흘리며 눈치를 보는 현대건설 측의 태도다. 15일 현대건설 측이 계열사 몇개를 처분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비쳤지만 막상 매수주체로 거명된 현대자동차와 사전에 일언반구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도대체 진솔하게 자구안을 마련해 회사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시간만 끌면서 분위기를 반전해 보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현대건설이 대북사업을 볼모로 정부와 뒷얘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아닌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유순해지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당국이 현대건설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세간의 소문이 그럴듯하게도 들린다.

물론 현대건설의 붕괴가 일으킬 엄청난 규모의 파장을 고려할 때 정부가 망설이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업은 살리되 이토록 시장을 혼란시켜 국민에게 피해를 준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기업보다 특정 기업인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무리수를 둔다면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본보는 현대건설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여러 차례 시장원리에 순응한 원칙적 해결을 주문한 바 있다. 정부는 분명하게 시한을 정한 후 그 때까지 현대건설이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자구안을 내지 못할 경우 대우차 처리 때의 기준으로 이 문제를 단호하게 해결해야 한다. 큰일을 처리하면서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는 쏟아지는 의혹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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