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정경화 데뷔 30주년 "영원히 기억될 추억의 앨범"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7분


데뷔당시의 정경화
데뷔당시의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데뷔음반 발매가 11월로 30주년을 맞았다.

1970년, 영국 데카사는 22세의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정씨를 기용해 앙드레 프레빈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와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을 녹음 발매했다. 영국의 음악전문지 ‘그라머폰’은 올 11월호 ‘되돌아봄(Hindsight)’코너를 할애, ‘앞으로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음반’이라는 짤막한 기념사를 앨범에 헌정했다.

앨범의 의미는 개인의 데뷔음반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를 시작으로 정명훈 장영주 장한나 백건우 등 여러 한국인 아티스트가 ‘메이저’ 음반사의 전속 아티스트 대열에 합류했다. 정씨의 국제 음반시장 데뷔는 2년 뒤인 1972년 첫 라이센스 음반 생산으로 이어졌다. 당시까지 클래식이나 팝 음반이란 미군부대 등에서 흘러나온 값비싼 오리지널 음반과 불법복제된 ‘백판’이 전부였다. 1972년 성음사가 처음 데카와 계약을 체결, 정씨의 데뷔음반을 국내1호 라이센스 음반으로 내놓으면서 클래식 팝 음반시장이 본격적인 형성기를 맞게 됐다.

음악평론가 한상우는 “1967년 정씨가 레벤트리트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동양의 마녀’라는 등의 외신보도가 들어왔지만 그의 연주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었다. 그의 음반이 국내 생산되면서 서양음악의 수요층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굴곡이 많고 토속적인 시벨리우스의 정감을 열정적 감각적으로 소화해내 두드러진 가치를 지니는 음반”이라고 연주를 평가했다.

정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첫 음반이 재주있는 후배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었다면 보람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음반이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연주가 더욱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정씨의 데뷔음반은 지금도 음반매장 카탈로그에 건재하다. 레코딩 인생 30년을 넘긴 그는 내년 EMI사에서 베를린 필 차기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 지휘, 빈 필 협연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할 예정.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