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박경완 포수론 17년만에 MVP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7분


‘처음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91년 박경완(28·현대)이 전주고를 졸업하고 프로야구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문을 두드렸을 때 손에 쥔 돈은 계약금 없이 연봉 600만원뿐이었다. 그나마 계약과정에서 구단의 ‘후려치기’에 엄청난 박탈감을 맛본 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3년간 그가 때려낸 안타는 총 21개였고 홈런은 3개, 타점은 8개에 불과했다.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던 ‘2류 포수’ 박경완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93년 겨울. 조범현코치를 만나면서부터 비로소 선수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박경완은 아직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야구스승”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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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훈련동안 조코치의 지도아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그는 이듬해부터 쌍방울의 ‘안방마님’자리를 꿰차면서 주목받는 포수로 변신했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투수리드, 안정된 블로킹 등으로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진주’처럼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던 박경완은 94년을 기점으로 2, 3년 사이에 한국최고의 포수로 훌쩍 컸다.

그가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바로 뛰어난 투수리드 능력이다. 현대 코칭스태프는 “박경완이 안방에 앉지 않았다면 올해 18승 투수 3명이 한꺼번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40홈런을 몰아치며 놀라운 공격력까지 선보인 그가 15일 프로야구 MVP투표에서 최우수선수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는 정말 저에겐 꿈같은 한해입니다.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결혼(17일)도 하게 되고 이렇게 큰상까지 받았으니 말입니다.” 박경완은 79표 가운데 67명(득표율 85%)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포수 출신 MVP는 83년 이만수 이후 17년만이다.

한편 이날 SK 투수 이승호(19)는 62표(득표율 78%)를 얻어 한화 조규수를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프로야구 역대 MVP-신인왕 수상자◆

연도MVP신인왕
82박철순(OB·투수)박종훈(OB·외야수)
83이만수(삼성·포수)윤석환(OB·투수)
84최동원(롯데·투수)이순철(해태·내야수)
85김성한(해태·내야수)김건우(MBC·투수)
86선동렬(해태·투수)이정훈(빙그레·외야수)
87장효조(삼성·외야수)이용철(MBC·투수)
88김성한(해태·내야수)박정현(태평양·투수)
89선동렬(해태·투수)김동수(LG·포수)
90선동렬(해태·투수)조규제(쌍방울·투수)
91장종훈(빙그레·내야수)조규제(쌍방울·투수)
92장종훈(빙그레·내야수)염종석(롯데·투수)
93김성래(삼성·내야수)양준혁(삼성·내야수)
94이종범(해태·내야수)유지현(LG·내야수)
95김상호(OB·외야수)이동수(삼성·내야수)
96구대성(한화·투수)박재홍(현대·외야수)
97이승엽(삼성·내야수)이병규(LG·외야수)
98우즈(OB·내야수)김수경(현대·투수)
99이승엽(삼성·내야수)홍성흔(두산·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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