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허리잘린 '생태계 寶庫' 앞날은…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0분


철조망 울타리가 생태계를 파괴하는가, 보호하는가.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1000여만평에 산림청이 설치중인 37㎞에 이르는 철조망 울타리를 놓고 산림청과 환경부 및 환경단체간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 11.6배 둘러싸▼

▽울타리 작업과 생태계 특성〓산림청 산하 동부지방산림관리청(청장 안승환·安昇煥)은 가리왕산에 ‘산림생태관찰원’을 만든다며 97년부터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이 울타리는 가리왕산 정상을 포함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달하는 3284㏊(약 1044만평)의 산림을 둘러싸게 된다. 공사비는 23억여원. 이 울타리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가리왕산이 가지는 생태계의 중요성 때문이다.

해발 1560m인 가리왕산은 주목과 거제수 등 희귀 수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세계적 희귀종인 금강제비꽃 외에 수많은 야생화와 산채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산삼 산지였으며 당시 일반인이 산삼을 캐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강릉부 산삼봉표비(江陵府 山蔘封標碑)’가 세워졌었다.

고슴도치 고라니 삵 등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종합 생태조사후 결정을"▼

▽논란 내용〓산림청은 “비무장 지대의 생태계가 보전된 것은 울타리 때문”이라며 “가리왕산도 생태계 보존을 위해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반면 환경부와 녹색연합은 “철조망 울타리가 자유로운 동물의 이동을 막아 희귀동물의 고립 및 멸종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림청은 “울타리 안쪽은 사람에 의한 동식물 남획을 막는 ‘안전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산림청은 “울타리가 없을 때는 외지인 등에 의해 주목이 도벌되고 산채와 약초들이 무분별하게 훼손돼 생태계가 많이 파괴됐다”며 “동물들의 이동을 위해서는 울타리 중간 6개소에 폭 20∼40m의 이동통로를 별도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내년부터 이곳에 산삼과 금강제비꽃 등 희귀식물을 복원하거나 증식하는 한편145평 규모의 학습원을 지어 학생 등의 생태관찰에 도움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녹색연합은 “6개소의 이동통로만으로는 동물들의 왕래가 보장될 수 없으며 울타리 만으로 밀렵꾼 침입 등을 막을 수 없고 산림청의 인력도 부족하다”며 “지난해 5월 야생동물 보호업무가 환경부로 넘어간 만큼 이곳의 동물관리는 환경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또 환경부도 “산림생태관찰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2월과 9월 산림청에 울타리 설치 중단을 요청했다”며 “이미 설치된 울타리도 종합적인 생태조사를 한 뒤 제거 또는 축소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야생동물 관찰시설이 필요할 경우 제한적인 공간에서 야생동물을 안정되게 사육하면서 관찰할 수 있도록 시설을 최소 규모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고 야생동물의 자유로운 이동에 장애를 초래하는 울타리 시설은 축소 또는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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