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修能(수능)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修―닦을 수 試―시험할 시 驗―증험할 험 競―다툴 경 稱―일컬을 칭 熾―불활활붙을 치

사람이 가지고 있는 才能은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정도의 차이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아 객관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가장 낫다고 하는 방법이 試驗(시험)을 통해 측정하고 수치화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은 한 평생 살아가면서 수많은 試驗을 치르곤 한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르는 試驗에 이른바 ‘修能’이라는 것이 있다. 大學修學能力試驗(대학수학능력시험)의 준말이다. 즉 얼마나 공부를 할 資格(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우리말이다. ‘우리말’이라고 한 것은 中國이나 일본에는 그런 단어가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修能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修能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 능력을 檢定(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학생은 많고 대학의 문은 좁으니 競爭(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그럭저럭 점수를 받아도 되겠지만 그랬다가는 世稱(세칭) 일류대학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다.

물론 修能의 문제점은 많다. 한 학생에 대한 평가, 그것도 장차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을 평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고작 筆記考査(필기고사)의 성적뿐이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人性(인성), 나아가서는 知性(지성)도 평가하는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하기야 그것은 나 같은 門外漢(문외한)이나 품을 수 있는 의문이리라. 이 세상에 내로라 하는 교육행정 전문가가 한 둘이 아닐진대 왜 그들이 방법을 못 찾았겠는가.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특유의 환경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이지 우리나라만큼 敎育熱(교육열)이 熾烈(치열)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자식의 敎育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저 내 못 배운 恨(한)을 자식을 통해서라도 풀어보겠다는 부모가 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짜기 한 뼘 되는 자갈 논 팔아 자녀를 공부시키는가 하면 등록금 한 번 내기 위해 애지중지 키우던 황소도 미련 없이 내다 판다. 이렇게 高熱(고열)로 달구어진 철판이 식지 않는 한 입시경쟁은 당분간 解消(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며 현재의 평가방법도 改善(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修能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때는 꼭 날씨까지 한몫 거든다. 쌀쌀한 날씨지만 入試熱은 뜨겁기만 하다. 한국적 풍경인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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