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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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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는 최근 각계 인사들과 힘을 합쳐 ‘지훈상’(내년 5월 시상 예정)을 제정했고 사재를 털어 매년 상금 100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그는 “한국 지성사에 우뚝 선 지훈을 기리는 상을 이제껏 마련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자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지훈에 대한 그의 ‘경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년 전 첫 아들을 얻자 이름을 ‘지훈’이라 지었고 지훈이 몸담았던 대학에 진학시켰다. 5년 전 서울 서초동에 5층짜리 번듯한 사옥을 마련하면서 당호도 ‘지훈빌딩’이라고 정했다.
미디어분야 및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이면서도 신사옥으로 옮기자마자 벌인 일이 학계 전문가를 모아 ‘조지훈 전집’(전 9권)을 새로 출간한 것이었다. 방대한 분량에 대한 지극히 어려운 교열 교정작업도 직접 했다.
지훈에 대한 그의 ‘사숙(私淑)’은 67년 광주고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대교수였던 지훈이 겨울방학 때 지방 강연회에서 ‘선비의 지조’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듣고 큰 감명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듬해 조지훈이 세상을 뜨는 바람에 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없어졌지만 그는 선생의 체취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느끼기 위해 고려대에 진학했다. 이후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 이상으로 지훈을 섬겼다.
조대표는 “지훈 선생은 한국의 현대정신사를 대표하는 ‘큰 바위 얼굴’이셨다. 먼발치에서나마 그분을 접했던 것을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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