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 미국경제 어떻게 달라지나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07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의 큰 줄기는 '대폭적인 세금감면'을 근간으로 한다고 과언이 아니다. 부시의 경제 참모 린제이 린지의 아이디어로, 이번 선거의 공약(公約)이기도 한 대폭적인 세금감면 정책은 증시활성화 및 세금감면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확대를 유도, 최근 주춤해진 미국경제 성장세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정수지의 적자전환과 물가압력으로 고금리정책이 채택되면 장기적으로 성장이

위축되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통상정책을 비롯 통화정책 등 부시 당선자의 주요 경제정책을 살펴보고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다.

◆통상정책=대미(對美)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한반도 정책변화와 함께 부시정권이 새로 짤 통상정책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부시 당선자는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대통령들과 별로 다른 점이 없지만 무역협정과 환경 및 노동문제와의 연계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 등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중시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그는 특히 반덤핑 및 상계관제제도에 관한한 현행제도를 중시, 레이건-부시 행정부 시절과 같은 '슈퍼 301조의 적용'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이번 유세기간 동안 대통령에 대한 우선협상권(패스트트랙)을 재부여, 불공정 무역거래에 대한 강력한 제재 등을 주장한 점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부시 당선자는 고어 후보가 유세과정에서 '글로벌'에만 관심많다는 비난을 받은 점을 감안,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지역 교역량 확대에 많은 힘을 기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통화정책=부시 행정부에서도 이제까지의 '강한 달러'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이 끝나면 달러가 상승한 경험이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온 공화당의 부시후보가 승리,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통화의 경우도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것에서는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7일 뉴욕외환시장에 달러당 106.98엔에 거래를 마감했던 엔·달러 환율은 8일 도쿄시장에서는 107.28∼107.31엔대로 상승(달러가치 상승-엔화가치 하락)했으며, 이어 열린 싱가포르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은 107.42로 치솟았다.

통화 전문가들이 이같은 전망을 내놓는 것은 부시 선거캠프의 경제참모로서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로렌스 린지 경제정책자문관이 철저한 '시장 경제론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재무장관직을 맡을 경우 린지와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과 함께 정부의 지나친 시장간섭이나 규제를 억제하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그린스펀 FRB의장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만큼 그린스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91년부터 6년간 역임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시절 그린스펀 의장과의 관계를 미뤄보더라도 이들의 쌍두체제가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수장들보다 훨씬 매끄러운 관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정흑자 활용=부시 캠프는 이미 앞으로 10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2조달러 규모의 재정흑자 가운데 1조3000억달러는 납세자 전반에 걸친 세금감면에, 5000억달러는 새로운 재정지출에 사용한다고 공표했다. 재정흑자는 '정부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므로 이를 세금감면을 통해 환원해 준다는 것이다.

이같은 재정흑자 활용 방안은 미국경제 운용의 밑그림과 직결된 것으로서 클린턴 행정부의 지나친 재정긴축과 사회보장 지원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재정흑자는 국민의 몫'이라는 린지의 시각에 근간을 두고 있다.

린지 자문관은 경기후퇴 조짐이 우려되는 상황일수록 감세가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며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도 정부재정을 헐어 직접 지원보다는 제도혁신 등을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한다. 소득세의 16%를 개인사회보장 계정에 적립하고 이를 주식시장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보장제의 민영화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부시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경제에 대해 그리 밝지 않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97년 이후 줄곧 4%대를 유지해온 경제성장률이 내년 이후에는 그 이하로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재정흑자폭이 줄면서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차기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들은 증시침체와 유가인상 등으로 향후 2년간 경제성장률이 3.3~4.0%로 떨어지면서 10년 호황이 끝나고 성장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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