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 기업퇴출, 현대건설 처리 불씨 남긴 미완성 작품

  • 입력 2000년 11월 3일 17시 09분


채권단의 2차 기업퇴출은 핵심부실기업인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를 '시한부 법정관리'라는 애매한 방식으로 처리함에 따라 불씨를 남겨놓은 미완성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에 대해 연말까지 기존 여신은 만기연장해주면서 신규대출은 중단하기로 했다.

이기간중 진성어음 등 자금결제를 스스로 하지 못하면 곧바로 법정관리 등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감자후 출자전환 동의서를 징구하기로 했다.

진성어음등 자금결제를 못하면 법정관리로 들어가겠다는 엄포를 놨지만 기존 여신에 대한 만기를 연정해 줌으로써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처리를 두달정도 미뤄놓은 셈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현대건설의 경우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에게 감자후 출자전환 동의서를 내도록 요구했지만 정회장이 거부하자 두달간 시간을 벌면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볼수 있다.

채권단의 이같은 결정은 이번에는 현대건설 문제를 매듭짓기를 바라던 기대에 못미친다는게 시장의 반응이다.

그동안 지겹도록 보아온 정부-채권단과 현대건설 간의 줄다리기를 다시 한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시장은 최선의 현대건설 처리방안은 기존 대주주 지분 감자를 통해 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한 후 출자전환으로 살리고 자산매각을 통해 몸집을 줄이면서 채권을 점차 회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곧바로 부도처리를 하고 법정관리에 집어넣는 것은 경제와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택이 어렵다는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곧바로 법정관리로 넣지 못할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는 정회장이 채권단의 감자 및 출자전환 요구에 동의하지 않아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지 못하고 시한부 법정관리라는 고육책을 선택한 셈이 됐다.

이는 자구계획을 전제로 기존여신 만기연장을 해준 기존의 현대건설처리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건부 회생인지 시한부 법정관리인지 알쏭달쏭 하다는게 시장의 반응이다.

다만 이번에도 자구계획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사재출연이나 서산간척지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연말까지 진성어음을 결제해 부도를 내지않고 연명한다고 하더라도 1차시한인 연말이 지난후 채권단이 회사채 기업어음 대출금 등 기존여신을 회수할 경우 현대건설은 버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또 이정도의 자구계획 만으로 5조4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현대건설이 자체 힘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

결국 정 회장이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대로 정회장이 감자 및 출자전환 요구를 받아들여 경영권을 포기할지 여부가 현대건설 처리의 핵심으로 남게될 전망이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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