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송상근/崔보건의 ‘지공작전’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08분


1일 보건복지부 4층 대회의실. 이날 열린 의―약―정(醫―藥―政)협의회의 두 번째 회의도여전히 난항이었다. 3자는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하느라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의 진통은 사실 지난달 31일 첫회의에서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 장관은 첫 회의에서 의약분업 사태의 쟁점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등 이해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조제의 정의에 입각하여 조제료의 급여범위를 명확히 하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장관)

“주사제와 연고제 판매를 조제행위로 보고 조제료를 지급해야 하느냐는 뜻입니다.”(의사)

“그럼 처방전 리필(Refill)제도를 시행하라고 해 놨는데 몇번까지라는 건가요.”(장관)

“당뇨 등으로 진단받고 15일 이상 장기복용시 3회에 한해 허용해 달라는 말입니다.”(약사)

최장관은 의―약―정협의회의 어젠더(Agenda)를 정하자며 약사법 재개정과 관련해 의약계 입장이 정리된 두종류의 문건(A4용지 10장 분량)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가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오후 4시13분경 시작된 의―약―정 첫 회의는 인사말과 양측 입장설명, 저녁식사를 거쳐 밤 12시반경까지 본론에 들어가지 못한 채 끝났다. 밀도있는 토론대신 ‘최장관의 과외시간’이 계속되는 동안 상당수 참석자들은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약사법에 대한 의약계 입장은 2, 3개월 전에 양측이 내놓았고 수십차례에 걸친 의―정(醫―政) 및 약―정(藥―政)대화를 통해 최장관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최장관은 처음 듣는 얘기인 양 시간을 보냈다.

최장관은 평소 “의료계가 다시는 파업을 안하도록 ‘지공작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왔다. 진료차질에 따른 국민의 불편이 계속되고 전공의와 의대생 유급시한이 다가왔는데도 어렵게 이뤄진 의―약―정회의를 이렇게 진행해도 되는 걸까.

송상근<이슈부>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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