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대형주만 오르는 거 아냐?"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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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대형주만 가는 거 아냐"

31일 증시가 현대건설 부도쇼크를 견뎌내고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지만 증권가 객장의 일반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그리 따뜻하지 않다. 소외감에 전광판을 보는 일반투자자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그럴만한 것이 선물지수의 강세에 힘입어 지수 관련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상승했을 뿐 '개미'들이 주로 사는 저가주들은 약세를 보인 탓이다.

이날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이 오랜만에 '쌍끌이' 장세를 주도하며 현대건설 부도충격을 극복하고 전날보다 9포인트 이상 오른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상승종목에 비해 하락종목이 훨씬 많았다.

거래소의 경우 하락종목(529개)이 상승종목(283개)의 배에 육박했으며, 코스닥시장의 경우도 하락종목(328개)이 상승종목(220개)보다 100개 이상 많았다.

거래소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5개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1만2500원(5.43%)가 껑충 뛴 SK텔레콤의 경우 24만2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시가총액 1위자리를 탈환했다.

삼성전자도 3.64%(5000원)이 뛴 14만2500에 장을 마감하며 선전했으나 상승률에서 SK텔레콤에 비해 상승률에서 뒤져 시가총액 1위 자리를 SKT에 내주고 말았다. 이어 한국통신 3.08%, 한전 2.01%, 포항제철 3.44%씩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상위 5개 종목이 이날 주가 상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을 보합으로 가정하고 5개 종목의 이날 상승폭만 감안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9.77포인트 상승한 514.50으로 나왔다. 이는 실제 이날의 상승폭 9.75포인트보다 0.02포인트가 높은 것이어서 그만큼 이들 5개 종목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음을 입증한다.

이밖에 시가총액 6∼10위권의 종목들도 현대전자(8위)와 거래가 안되는 외환은행우B를 제외한 국민은행 담배인삼공사 주택은행 모두 올랐다.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 블루칩의 움직임을 놓고 대형주 중심으로 증시가 바닥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특별한 주도주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대형주 중심의 반등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공세 수위가 낮아지며 중립패턴을 유지하는데다, 연기금 자금이 곧 시장에 유입되는 등 대형주를 둘러싼 투자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이들 종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주요 배경이다.

이에따라 증시는 대형 블루칩의 약진으로 지수 600선을 탈환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신증권의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이와 관련, "악재란 악재는 모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하락보다는 하방경직성이 강화되면서 증시가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며 주도주는 대형 블루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증시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지수는 650선까지 갈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블루칩의 상승여력이 큰 장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블루칩이 추가 상승의 여력은 갖고 있지만 추격매수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비롯한 처리문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또한 이날을 계기로 주가지수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바닥확인 작업이 과연 명쾌하게 종료됐는 지에 대한 회의론도 비등하다. 이들은 적어도 발바닥에서 무릎 근처는 와야 바닥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하루걸러 순매수-순매도를 반복하는 갈지(之)자 형태의 투자패턴을 보이고, '주초-매수, 주말-매도'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블루칩에 대한 투자 메리트를 감소시키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증시다. 구경제 종목 중심의 다우지수는 급속히 안정세를 찾아가며 향후 전망을 밝게하는 반면 첨단기술주가 대거 포진해 있는 나스닥지수는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며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 국내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이다.

SK증권의 강현철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현대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 때문에 개인들이 완전히 소외당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2800계약 정도를 순매수하고 현물 좀 산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난 주 초반에도 선물을 대거 샀다가 주말에 대거 처분해버렸다"며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 투기적인 패턴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블루칩의 추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추격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빛증권의 김세균 투자전략 팀장은 "거래소의 경우 개별종목들도 잘 안되고 있지만 폭락과정에서 IMF 이하의 주가수준으로 빠져있는 종목들은 한번 노릴만 하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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